28일 이스라엘 총선에서 승리한 리쿠드당의 아리엘 샤론 총리가 연정 구성에 착수했다. 하지만 샤론이 연정 파트너로 점 찍어 둔 노동당과 시누이당은 연정 불참을 선언하거나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어 이스라엘 정정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연정 구성 문제로 팔레스타인 문제 등 외교 현안은 당분간 뒷전으로 밀려날 것으로 예상된다.총선결과
이스라엘 언론들은 29일 현 21석의 리쿠드당이 크네세트(의회) 전체 120석 중 37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두었다고 보도했다. 라이벌 노동당은 25석에서 19석으로 줄어 참패했다. 특히 중도 세속 정당인 시누이 당은 의석을 6석에서 15석으로 늘리면서 제3당으로 부상, 연정 구성의 열쇠를 쥐었다. 유대주의 정당인 샤스당, 좌파 메레츠 당은 당세가 위축됐다.
이 결과는 팔레스타인과의 유혈 분쟁으로 우경화한 유권자들이 경제 침체에도 변화 대신 안보를 택했음을 말해준다. 특히 젊은 층과 일반 유권자를 기반으로 하는 시누이당의 약진에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했다.
안개 속의 연정
샤론은 "압승을 바탕으로 광범위한 연정을 구성하겠다"며 노동당과 시누이당에 손을 내밀었다. 지난 7년간 4번의 총선으로 임기(4년)를 채운 총리가 없을 정도인 불안정한 현 구도를 뜯어 고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암람 미츠나 노동당 당수는 "노동당은 연정에 참여하기는 커녕 기필코 그를 물러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TV 토크쇼 사회자 출신인 요세프 라피드 시누이당 당수는 "노동당이 참여하는 세속 정당 연정에만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당에 외면 받아 유대교 정당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샤론에게는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선거 후 42일 이내에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 샤론 총리는 이런 반응에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극단적이고도 변덕스러운 유대교 정당들과만 손잡는다면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샤론은 노동당이 연정에 끝내 합류하지 않는다면 시누이당과 유대교 정당들을 규합해 연정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샤론에게 압승의 기쁨 만큼 연정 구성의 고통이 클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팔레스타인은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과 협상하지 않는 샤론의 승리로 유혈 분쟁 해결은 물 건너갔다는 입장이다. 야세르 아베드 라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정보장관은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은 후퇴할 것"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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