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8일 밤 국정연설에서 미국민과 전세계에 전달하려 한 메시지는 미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과 이라크 전쟁의 불가피성으로 요약된다.국내 경제의 성장동력을 회복하고, 대외 전쟁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2004년 재선의 영광을 거머쥐겠다는 각오와 포부가 연설문 전반에 배어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인기가 9·11 이전 수준보다 떨어지는 시점에서 취임 후 세 번째 국정연설을 치렀다.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회의는 깊어지고, 이라크전에 대한 국내외의 반발은 거세지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부시는 1시간 가량 계속한 연설을 경제 및 국내 문제와 대외 문제에 절반씩 할애해 두 가지 위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려고 애썼다.
우선 경제 회생을 '첫 목표'로 꼽았다. 그는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을 모두 고용할 수 있을 만큼 경제를 더욱 빨리 성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되풀이 제시한 방안이 감세정책이다.
부시는 무엇보다 주식배당세 철폐, 자녀가 있는 가구와 맞벌이 부부 등에 대한 세금 감면을 강조했다.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7일 시카고 경제클럽에서 발표한 6,700억 달러 규모의 세금감면안을 의회가 조속히 통과시켜 주도록 촉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기에 노인 처방약 혜택(10년간 4,000억 달러) 아프리카·카리브해 지역 에이즈 환자를 위한 기금조성(5년간 100억 달러)등 '온정주의 아젠다'와 생화학 테러 치료제 개발(60억 달러) 교육 프로그램(450억 달러) 수소동력 자동차 개발 지원(12억 달러) 등 교육·환경 분야에 대한 재원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재선 표를 노린 정책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국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새 처방을 제안하기보다는 기존 제안이나 정책을 고수했다"며 "의회에서 통과에 어려움이 따르는 사안이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게리 로크 워싱턴 주지사는 "부시의 정책은 향후 10년간 1조 달러의 재정적자를 유발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설의 압권은 이라크 문제였다.
부시는 이날 이라크에 대한 선전포고는 다음을 위해 아껴두었다. 하지만 강경하고 호전적인 수사를 동원해 공격 개시가 코 앞에 다가왔음을 암시했다. 그는 "이라크가 유엔의 무기사찰을 경멸함으로써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의 진로는 다른 국가들의 결정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말해 사찰 연장을 지지하는 동맹국과 갈라설 수 있다는 의사도 명백히 했다. 우방국이 미국의 뜻에 따르지 않을 경우 단독으로 이라크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뜻이다. 걸프 지역에 파견된 미군들에게 "결정적 시간이 다가왔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은 전쟁 독려나 다름없었다.
부시는 다음달 5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통해 유엔 안보리에서 이라크가 '꼼짝 못할'증거를 제시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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