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길상사 서울 성북구 성북2동질탕한 속세의 한 가운데에 있다가 연꽃처럼 피어난 부처의 도량이다. 원래는 힘있고 돈있는 이들이 즐겨 찾던 요정이었다. 요정의 이름은 대원각. 주인이었던 김영한(법명 길상화·吉祥華, 1999년 작고)씨가 대원각 부동산 일체를 법정스님에게 기증했고, 1997년 12월 길상사라는 이름으로 개원법회를 가졌다. 짧은 기간에 신도수가 5,000명에 가까운 큰 절이 됐다.
한문이 아니라 한글로 예쁘게 쓰여진 입구 간판이 이채롭다. 일주문에 들면 아담하고 단정한 절마당이 기다린다. 길상사의 큰 법당은 극락전이다. 아미타 부처님을 모시고 있다. 새롭게 절이 되었기 때문에 그 터가 진정 청정한 부처의 세계로 바르게 다져질 때까지 극락전을 주법당으로 하게 되었다. 원래의 건물에 내부 구조만 변경하고 사용하다가 2000년 건물 뒤쪽이 무너져 서까래와 기와를 교체하는 불사를 했다.
덩치가 가장 큰 건물은 설법전. 석가모니불을 모신 전각으로 주말 수련회, 경전강의 등 일반인이 모여 공부하고 기도하는 곳이다. 역시 내부구조만 변경해 사용하고 있고 한글로 쓰여진 '묵언'이라는 글씨가 법당 앞에 드리워져 있다.
절마당 오른쪽으로 하얀 대리석 조각품이 눈에 띈다. 관음보살상이다. 전국에서 가장 날씬하고 맵씨있는 관음보살일 것이다. '다이어트 관음보살'로 불리기도 한다. 가톨릭신자인 원로조각가 최종태씨가 제작했다. 그래서인지 자세히 보면 성모 마리아를 많이 닮았다.
길상사에서는 설과 추석 등 명절이면 합동차례를 지낸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조상님전에 차례상을 마련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이번 설 합동차례는 2월1일 오전 10시 극락전에서 마련된다. 동참신청을 받는다. (02)3672-5945.
광주 원효사 북구 금곡동
설 산행과 연계해 찾아볼 수 있는 절이다. 무등산의 북쪽 기슭인 원효계곡에 들어있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신라의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나라에 변이 있을때마다 무너지고 소실돼 지금의 절집 대부분은 1954년 무등산 개발 당시 중창된 것이다.
원효사는 대웅전, 명부전, 성산각, 성보각, 개산조당, 무등선원 등의 주요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원효의 이름을 빌었지만 화려하지 않고 단아한 기품이 있다. 1980년에 새로 지어진 대웅전이 특히 그렇다. 공사 당시 석가불, 문수보살상, 삼존불 등 수많은 보물급 불교유적이 출토됐다. 통일신라말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것으로 원효사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원효사는 무등산도립공원 입구에 있다. 무등산은 광주의 진산으로 특히 겨울이면 눈꽃이 화려하다. 등산코스는 원효사가 위치한 무등산장에서 출발해 꼬막재-규봉암-장불재-중머리재를 거쳐 서쪽의 증심사 쪽으로 하산하거나 정반대 코스를 잡는 것이다.
무등산의 능선을 빙 도는 코스로 약 6시간이 소요된다. 무등산에는 볼 것이 많다. 가장 유명한 것이 입석대. 비석처럼 생긴 바위를 연이어 세워놓은 듯한 모습이다.
폭과 높이가 일정해 마치 사람이 만들어놓은 듯하다. 무등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062)265-0761
부산 해동용궁사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
푸른 파도를 정면으로 맞고 있는 절이다. 고려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화상이 1376년에 창건했다. 원래의 이름은 보문사였으나 1974년 관음도량으로 복원할 것을 발원하고 절이름을 해동용궁사로 바꾸었다. 진심으로 기도하면 한가지 소원을 꼭 이룬다는 이야기가 있어 전통명절과 불교명절에는 많은 참배객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바다를 끼고 있는 해동용궁사는 볼 것이 많다. 미륵전인 굴법당이 우선 눈에 띈다. 이름 그대로 굴속에 들어있는 법당이다. 창건 당시부터 미륵좌상 석불을 모시고 있다.
자손이 없는 사람이 기도하면 뜻을 이룬다고 해서 일명 '득남불'이라고도 불린다. 대웅전 뒤편으로 자리한 용왕당도 특이하다. 산속의 사찰에 '산신각'이 있다면 바다와 맞닿은 이 절에는 '용왕당'이 있는 셈이다.
절 앞으로 바다를 응시하는 해수관음상이 있다. 겨울에도 눈이 쌓이지 않고 칡꽃이 피었다는 곳에 세웠다. 쌓아올린 돌을 조각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돌이다. 단일 석재 조각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해동용궁사의 매력 중 하나는 주변의 빼어난 경관이다. 해운대, 동백섬, 달맞이고갯길 등 부산의 명소를 두루두루 거쳐 절에 닿는다.
특히 아침 일출과 안개낀 아침, 해저무는 석양녘에 들려오는 범종소리는 여행객을 사로잡는다. (051)722-7744.
/권오현기자 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