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엔터테인먼트(대표 이강복)는 29일 오전 11시 지주회사 로커스(대표 김형순) 등이 보유한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대표 박병무) 주식 약 30%를 인수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이로써 영화계의 양대 산맥을 이뤘던 시네마서비스(배급시장 점유율 22.4% 추정)와 CJ엔터테인먼트(17.6% 추정)의 거대한 연합체가 탄생하게 됐다.그간 플레너스의 지분 인수를 위해 물밑 협상을 진행해 온 CJ엔터테인먼트는 "일단 29일 MOU를 체결하고 본 계약은 기업 실사를 마친 후 할 것"이라고 밝혔다. CJ측은 외형 확대로 영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고 플레너스는 매각을 통해 확보한 300억원 내외의 현금을 동남아 통신 관련사업에 투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CJ측이 매입하는 플레너스 지분은 로커스 보유 지분 24%, 김형순 대표 지분 4%, 미 투자기관 워버그핀터스의 16% 등 총 44%의 3분의 2 가량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주당 매입 가격이 28일 종가 4,340원에서 크게 상향 조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증권업 관계자는 "주가와 미래 가치를 함께 고려하겠지만 최근 주식시장 분위기로 보아 인수 가격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치열한 물밑 인수전 이번 합병은 자본의 형식으로는 CJ엔터테인먼트가 시네마서비스를 흡수한 것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시네마서비스가 협상 주도권을 가졌다.
국내 최고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시네마서비스의 지주회사인 로커스가 지분 매각을 고려한 것은 야심차게 준비 중인 극장업 진출 등 사업 다각화에 많은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미국 투자사인 워버그가 지분을 다른 외국계 투자사에 양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도 한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네마서비스는 "적극적으로 협상 대상자를 찾는 방식"으로 인수자 물색에 나섰고 결국 CJ엔터테인먼트를 택했다. 본격적 영상산업 진출을 노려 온 SK그룹이나 새롬기술, 씨티그룹의 CVC아시아퍼시픽도 상당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반응 협상을 주도한 시네마서비스의 대주주 강우석 감독은 "공정위에 문의를 해보았으나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위 입장은 아직 유보적이다. 김석호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과장은 "아직 신고가 되지 않아 답할 수는 없다. 일단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으면 제한이 있지만, 이것이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 50% 미만이라도 진입규제 장벽, 불공정 여부, 시장 실질 지배력 등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공룡'의 탄생을 우려하고 있다. 양사의 시장 점유율이 40%지만, 한국 영화의 경우 65%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 인력과 배급의 독점이 더욱 견고해질 것이란 우려다. 지난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복수는 나의 것' 등 투자한 영화마다 잇달아 실패해 온 CJ엔터테인먼트는 충무로의 제작 노하우 및 탄탄한 인력을 확보한 시네마서비스의 영향으로 상업 영화 제작에만 몰두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강 감독은 "영화가 그리 단순한 사업이 아니며 한국 영화의 자본이 진화된다. 날개를 단다는 개념으로 보아달라"고 주문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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