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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大 대선의 선거과정과 의의 /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심포지엄 · 한국일보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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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大 대선의 선거과정과 의의 /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심포지엄 · 한국일보 후원

입력
2003.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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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을 통해 나타난 우리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심포지엄 '16대 대선의 선거과정과 의의'가 28일 서울대 문화관 국제세미나실에서 열렸다.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소장 김세균·金世均)가 주최하고 한국일보가 후원한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우리 사회가 이념, 계급-계층, 세대 및 지역 등 4개 분야에서 복합적인 균열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세대간 분화가 가장 눈에 띄는 투표양상이었지만 이는 전통적인 의미의 보혁구도가 아니라 남북관계, 대미관계 등 냉전의 유산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됐다.

김세균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이 "비주류가 주류를 이긴 정치적인 지진"이었다고 정의한 뒤 "노무현(盧武鉉) 정권은 정치·경제적 소수파이기 때문에 개혁을 이끌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지지를 끌어 내는 쪽으로 갈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좋은 의미의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 강원택(姜元澤) 숭실대 정외과 교수는 "촛불시위 등에서 나타난 세대간 대미·대북한 인식의 차이가 투표성향에도 그대로 드러났다"며 "하지만 이것은 이념의 차이라기 보다는 냉전시대의 유산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찬욱(朴贊郁)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도 "고학력 중산층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노 후보에게 많이 투표하고 도리어 저학력 소외계층이 이회창 후보에게 투표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이를 뒷받침했다.

지역주의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았다. 손호철(孫浩哲)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우리가 남이가' 식의 정서적 지역주의에서 '어느 후보가 우리 지역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은가'는 전략적 지역주의로 변화했을 뿐"이라고 주장했고, 이병규(李炳圭) 한국일보 논설의원은 "정서적 지역주의가 완화된 것만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지적했다.

안청시(安淸市)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노무현 정권의 성공의 열쇠는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복합적인 균열을 정당개혁과 권력분점 등을 통해 어떻게 제도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지에 달려있다"고 결론지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 16대 대선 특징은

16대 대선은 과정과 결과 모두 극적인 내용을 보여준 것으로 21세기 한국정치의 방향을 시사한 중대 선거였다. 이번 대선은 이전과 다른 특징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수구적 보수 세력(한나라당) 대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민주당) 대 진보 세력(민노당)의 대결이라는 이념적 3정립 구도를 보였다. 진보당의 조봉암이 출마했던 1956년 선거 이후 처음이다. 둘째, 돈 선거, 동원 선거가 사라진 반면 국민 경선, 노사모 등 다양한 참여민주주의 실험이 나타났다. 셋째, 미디어 선거 중 인터넷의 역할이 급상승한 선거였다. 넷째, 북한 핵 문제 등 '북풍'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탈냉전 선거였고, 네거티브 캠페인이 힘을 쓰지 못했다. 다섯째,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 21 후보의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는 사실상 결선투표제 효과를 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 결과를 어떻게 볼 것인가. 과연 DJP 연합으로 집권했던 김대중 정권과 달리 개혁세력이 단독 집권에 성공한 선거였는가. 이는 지나친 낙관적론적 해석이다. 후보 단일화가 없었다면 노 후보는 패배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공동정권의 부담은 덜었지만 이를 단독 집권으로 과장해서는 안 된다.

세대혁명과 관련해 20, 30대의 진보성을 과대 평가해서는 안 된다. 후보단일화 이전까지 젊은 층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정치인은 정몽준이었다. 세대혁명은 이미 1997년에 시작됐지만 당시에는 3파전 구도에서 주목 받지 못한 반면 이번에는 양자구도에 의해 명확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노 당선자가 영남지역에서 높은 득표를 한 것을 두고 지역주의가 약화했다고 볼 수 있는가. 노 당선자의 득표율이 97년 김 대통령보다 높아졌지만 이회창 후보 역시 97년보다 득표율이 높아졌다. 이 역시 지역주의 약화 때문이 아니라 97년의 3파전이 2파전으로 변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선 결과로 우리 사회는 수구적 보수세력의 힘이 점차 약해진 반면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이 주류 내지 중심세력으로 자리잡게 되고, 진보세력이 서서히 힘을 얻어가는 이념적 3정립 구도로 발전할 것이다. 또 재벌 개혁 등 개혁 프로그램에 의해 신자유주의라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한국 자본주의의 합리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정치 역시 사당(私黨) 정치와 이념적 편협성에 기초한 냉전 정치가 청산되는 동시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탈정치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의는 해체되지 않고 87년 이전처럼 호남·경남 대 경북의 대결 양상으로 변형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손호철(孫浩哲) 교수

● 지역주의 균열

16대 대선에서 지역주의 논란은 현저히 줄어들었으나 투표결과는 뚜렷한 지역균열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호남-비호남 균열은 돌출되지 않았고, 영호남 간 균열만이 두드러졌다. 영호남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균열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영남의 투표가 보다 공격적이었다면 호남의 투표는 타협적 전략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영남 유권자는 DJ를 완전 청산하기 위해 노무현을 반대했고 호남에서는 호남정권은 아니더라도 이회창을 반대하기 위해 노무현을 지지하는 경향이 컸다. 노 후보에 대한 절대적 지지는 이 후보에 대한 절대적 거부와 상관관계에 있다. 'DJ 양자론' 등 이 후보의 선거캠페인은 호남 고립상황을 전제, 사실상 호남 지지를 포기한 것이다.

지역균열은 여전히 정치통합의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노무현 정권의 집권은 극단적 지역대결을 해소하는 통합의 전기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권력을 둘러싼 극단적 대결을 낳고 있는 현 국가체제와 정치구조를 분권·분점 체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즉 현 대통령 체제를 내각제나 이원집정제로 개편해야 한다.

/김만흠(金萬欽) 가톨릭대 정치학부 교수

● 계급·계층 균열

16대 대선 결과 상대적 진보세력이 승리하고 지역주의 균열에 따른 투표형태는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본위의 대선으로 인해 여전히 계급·계층 균열이 정당구도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2002년 대선은 노동자 정당으로서의 민주노동당이 6월 지방선거에 이어 제 3당으로 입지를 굳힘으로써 계급·계층 균열구조의 정당구도 반영을 위한 '정초선거'의 가능성을 연 선거였다. 물론 지역주의 균열이 지속적으로 강하게 작용하고, 노무현 정권이 세대 교체와 새로운 정치를 강조하고 포퓰리즘적 조합주의 정치를 선택할 경우 보혁구도나 계급균열의 등장은 어려워질 수 있다.

16대 대선에서 계급·계층 균열과 관련된 교육 수준과 직업별 투표형태를 보면,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가 저학력층과 주부들의 지지를 여전히 석권한 반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중간학력층의 지지를 많이 받았던 97년 김대중 후보와 달리 고학력층과 신중간계급의 집중적인 지지를 받았다.

/한국정치연구소 정병기(鄭炳基) 연구원

● 이데올로기 균열

16대 대선 결과를 분석해보면 한국 사회의 이념적 지형이 사회-경제적 균열을 일정하게 반영하는 형태로 다양화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대중적 수준의 이념적 좌선회가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구주류 세력이 동시에 약화한 반면 민주당 신주류 세력과 민주노동당이 정치적으로 약진하는 데서 볼 수 있다.

대중적 좌선회로 보수-진보가 다소 균형을 맞춘 상황이긴 하지만 여전히 자유민주주의적 보수가 압도적 힘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노무현 정권의 선택은 유럽 중도좌파의 '제 3의 길'이나 루즈벨트, 카터 등의 미국식 리버럴 좌파이념에 가까울 것으로 판단된다.

16대 대선에서는 정책이나 계급·계층적 지지기반에서 차이를 드러내기 보다는 이른바 모든 계급·계층에 호소하는 식의 '인중(catch-all) 전략'이 구사됐다. 선거운동에 돌입해서는 이데올로기적 갈등이 별로 빚어지지 않았다. 이는 진보주의로 인식돼온 노무현 후보가 중도성향으로 선회한 데다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효과가 크게 반영된 때문으로 보인다.

/한신대 최형익(崔炯翊) 연구교수

● 세대 균열

이번 대선에서 대북한 정책 등 예민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태도에서 세대별로 매우 큰 차이를 보였다. 비교정치학적으로 보면 진보-보수 등 이념이나 계급·계층 균열이 아니라 세대별 차이가 선거 결과를 좌우한 것은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세대간 이념의 차이는 결국 우리 사회에 미친 냉전시대의 유산을 바라보는 시각차이가 드러난 것이며, 상반된 시각을 대변하는 두 후보간의 경쟁을 통해 보다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되어 나타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성세대는 갑작스러운 변화, 특히 젊은 세대와의 이념적인 시각 차이에 대해 적지 않은 불안감과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 균열은 인터넷에서 압축돼 나타났다. 선거과정에서 인터넷을 통한 정치 토론은 젊은 유권자층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50대 이상 연령층은 사실상 배제됐다. 인터넷 활용에 대한 50대 이상 연령층의 소외감은 선거과정에서 세대간 정치적 갈등을 더욱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숭실대 강원택(姜元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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