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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사찰 유엔 보고/전쟁이냐 평화냐 "아전인수"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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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사찰 유엔 보고/전쟁이냐 평화냐 "아전인수" 격화

입력
2003.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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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유엔 무기사찰단이 이라크 사찰 활동에 대한 보고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하면서 국제 사회의 대립이 한층 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가 무장해제를 요구한 유엔 결의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한스 블릭스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위원장의 지적에 반색하며 군사행동의 고삐를 죄었지만 영국 호주 등 미국의 일부 맹방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사찰단에 시간을 더 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거부권을 갖고 있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중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프랑스 러시아 중국은 한 목소리로 사찰 기간 연장을 촉구했다. 장이산(張義山) 유엔주재 중국 차석대사는 사찰단의 유엔 보고 직후 "사찰이 중단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안보리 회원국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독일 스페인 등 EU 대부분 국가 및 캐나다도 미국이 주장하는 군사적인 해결책에 반대하며 사찰단의 활동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키에프대학에서 연설을 통해 "이라크가 사찰단의 활동을 계속 방해한다면 러시아는 미국과 보조를 같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줄곧 이라크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주장해 온 푸틴이 후세인 정권에 명시적인 경고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러시아의 입장 변화가 주목된다.

비동맹운동(NAM)을 대표해 안보리 회의에 참가한 두미산 쿠말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는 "남아공의 핵사찰에는 2년 이상이 걸렸다"며 "안보리가 사찰단에 충분한 시간을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랍권도 일제히 이번 보고서가 이라크 공격을 정당화할 수는 없으며 평화적인 해결책이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제레미 그린스톡 유엔 주재 영국 대사는 "이라크측으로부터 100% 협조가 없으면 유엔 절차를 통한 평화로운 해결책으로 나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보고서가 군사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주장했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이라크가 유엔에 충분히 협력하지 않았다며 이는 유엔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이라크 관영 INA통신은 이날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사찰단의 유엔 보고 직후 군 수뇌부와 구체적인 시나리오별 전쟁 대비책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안보리는 29일 다시 회의를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한다.

한편 세계 금융시장은 사찰 결과 보고가 다소 미국의 입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받아들이며 요동을 쳤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27일 1.74% 하락, 3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8,000선이 붕괴됐다. 런던 FTSE 100지수도 3.4%나 급락, 1995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달러화도 약세로 마감됐다. 금값은 6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을 나타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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