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어 해 전부터 성경을 필사해 오고 있다. 컴퓨터 자판 연습을 할 겸 매일 매일 한 페이지씩을 적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출근하자마자, "범사에 때가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중략)…모든 일에 때가 있다"는 부분을 필사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타이거 우즈(미국)가 아마추어 시절 겪은 일이라고 한다. 어느 날 골프황제 잭 니클로스가 우즈의 방을 들어가게 됐다. 우즈가 책상머리 맞은 편 벽에 커다랗게 연역표 두 장을 붙여 놓은 것을 보았다. 자신과 우즈의 연역을 나이 별로 비교해 놓은 것이었다. 거기에는 우즈가 자신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성취해 오고 있음이 잘 드러나 있었다.
그 때 이후 니클로스는 자주 그 일을 거론하며 우즈를 칭찬하곤 했다. 우즈는 니클로스보다 어린 나이에 프로로 전향했고, 전대미문의 엄청난 괴력을 발휘해 골프계는 물론 전 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누구나 금세기 최고의 골퍼로 우즈를 꼽으며 니클로스가 갖고있는 메이저16승의 기록도 머지않아 깨질 것이라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나도 늘 우즈가 골프를 하는 것을 볼 때마다 경외감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니클로스가 46살에도 마스터스를 제패했던 것처럼 그가 오랫동안 천하를 지배할 수 있을 것 인지에 대해서는 얼른 동의하지 않는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그는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다. 어른이 아닌 젊은이가 하는 일이나 뜻은 기지에 넘치고 뛰어나기는 할지라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장담할 수 없다. 또한 남녀를 불문하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성과의 시련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어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타이거는 아직 미혼이다. 그래서 나는 비록 다른 선수들과 달리 그의 골프에서 우연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할지라도 우즈의 현재 골프에는 항상성(恒常性)이 결여돼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다가 우즈의 나이는 아직도 서른 살이 되지 않았다.
다음으로 화려한 꽃은 일찍 시드는 법인데, 우즈의 스윙은 너무도 화려하다. 그의 스윙을 보면 나로서는 도저히 흉내를 낼 수 없을 정도로 완전 무결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우즈의 스윙은 젊은이만이 할 수 있는 것이어서 그가 나이 들어서도 과연 지금처럼 스윙할 수 있을 것인지 염려가 된다. 그가 요즘 무릎부상 때문에 게임에 불참하는 현실은 그에 대한 나의 걱정을 더욱 깊게 한다. 어쩐지 엉성한 듯한 스윙을 하는 닉 프라이스가 여전히 건재하고 있는 반면 기계적인 스윙을 한다고 칭찬받던 닉 팔도나 그렉 노만이 죽쑤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라.
/변호사 SODONGKI@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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