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못했지만 게임에선 1등 할래요."그 어느 해보다 신예 프로게이머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던 지난해, 박경락(20·사진)은 이윤열에 이어 승률 2위를 기록하며 데뷔 첫해를 화려하게 시작했다. 온게임넷스타리그, KPGA리그 등 방송사들의 빅리그에서도 임요환 등 강자를 줄줄이 꺾으며 4강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박경락의 성공 뒤에는 부모의 반대를 뒤로 하고 고등학교를 그만 둔 후 전국의 PC방을 전전했던 과거가 있다.
어려서부터 공부는 적성에 맞지 않았다. 관심 분야는 오로지 게임뿐이었던 그는 고등학생이 된 후 '스타크래프트'에 빠지기 시작했다. 밤을 새고 게임을 하다보니 지각은 일쑤였고 무단결석까지 하며 PC방에서 살다시피 했다. 부모는 외동아들이 고등학교만이라도 졸업하기를 바랐지만 그는 게임으로 성공하겠다며 1학년 때 학교를 자퇴했다. 그러나 어머니께 조금씩 받은 용돈으로는 PC방 비용을 댈 수 없어 공짜로 게임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는 등 갖은 고생을 했다. 이를 악물고 게임에만 몰두한 그는 결국 지난해 4월 한빛스타즈 소속 프로게이머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박경락의 전술은 기본적으로 게릴라전이다. 특히 맵 곳곳에서 동시에 게릴라전을 벌여 상대의 혼을 빼놓는 것으로 유명한데, 예를 들면 한편에서는 오버로드 드롭 공격을 하면서 다른 편에서 입구 러시를 하는 식이다. 곳곳에서 화려한 교전을 펼쳐 '아트 저그' 또는 '삼지안(눈이 세 개라는 뜻) 저그'라고 불리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막강한 선배들을 잇따라 물리치며 '공공의 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테란을 상대할 때 가장 강한데, 지난 파나소닉배 온게임넷스타리그에서 벌어진 '테란의 황제' 임요환과의 8강 경기는 그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한 판이었다. 박경락은 먼저 적진에 러커 부대를 투입해 임요환의 주의를 끈 뒤 본진으로 저글링, 러커 부대를 보내 큰 피해를 입혔다. 임요환은 드롭십으로 난국을 타개해 보려고 했지만, 역시 눈이 세 개 달린(?) 박경락은 본진에서의 교전 중에도 곳곳에 배치해 둔 오버로드를 적절히 활용해 이를 막아냈다.
이렇게 '황제'를 무너뜨리면서 화려한 첫발을 내딛었지만 아직도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데 대해 부모에게 죄송하다는 박경락은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되어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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