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호암아트홀, 25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첫 내한 연주회를 가진 스페인의 원전연주단체 '사라반다'는 수준 높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음악을 들려 주었다. 특히 국내에서 듣기 힘든 바르톨로메 드 셀마 이 살라베르드(1580∼1640) 등의 스페인 바로크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그도 그럴 것이 비올라 다 감바를 맡은 아가타 보시는 원전 연주의 대가 쿠이겐의 제자이고 리코더를 담당한 이그나시오 예페스는 세계적 기타리스트인 나르시소 예페스의 아들이다. 소프라노 마리아 에스파다도 스페인 출신의 명테너 알프레도 크라우스(1927∼1999)가 만년에 키운 애제자였다. 리더인 알바로 마리아스도 코렐리(1653∼1713)의 유명한 '라 폴리아'에서 뛰어난 리코더 테크닉을 보여줬다.
관객들에게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사람은 소프라노 마리아 에스파다였다. 에스파다는 세바스티안 듀론(1660∼1716)의 '너의 고통스러운 심장' 등 여러 곡에서 바이브레이션을 거의 쓰지 않는 바로크 시대의 발성법과 절제된 감정묘사를 안정적으로 소화해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다만 이번 연주회는 팸플릿 제작 등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주한 스페인대사관에서 번역한 팸플릿은 많은 오기가 있었다. 첼로의 전신인 비올라 다 감바를 현대악기인 비올라로 표기하거나 리코더(flauta dulce)를 플루트로 잘못 쓴 부분, 류트를 스페인어 그대로 읽어 '라욷'이라고 쓴 것 등이다. 바로크 플루트는 트라베르소(traverso)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또 통주저음(bajo continuo)을 베이스로 적거나 바로크 리코더(flauta de pico)와 르네상스 리코더의 차이를 전혀 설명해 주지 않은 부분도 관객을 당혹스럽게 했다.
원전 연주는 아직 국내에서는 낯선 분야이기 때문에 더욱 충실한 설명이 필요함을 감안할 때 음악 전문가가 교정을 보지 않은 팸플릿은 연주회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작은 부분이라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연주회는 연주만 잘 한다고 완성되는 게 아니다.
/홍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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