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특사단의 방북 활동에서 임동원(林東源) 특사와 이종석(李鍾奭) 대통령직 인수위원간의 역할분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임 특사가 핵 문제에 대한 북측의 구체적인 조치를 촉구하는 '악역'을 맡고, 차기 정부 대북정책의 핵심 입안자인 이 위원이 포괄적인 대북 지원책 등을 제시하는, 이른바 '투캅스'(two cops)의 접근법이다. 이렇듯 현 정부와 새 정부간의 역할 분담을 통해 북측의 전향적인 태도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측근으로서 대미 특사를 맡은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악역은 내가 맡겠다"고 말한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임 특사는 방북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 대통령의 우려를 전달하고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말해 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북측과의 직접적인 의견조율을 통해 찾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임 특사가 28일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달하고 북측의 실질적인 조치를 촉구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또 임성준(任晟準)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임 특사를 수행, 미국의 입장을 간접 전달키로 한 것도 '국민의 정부' 임기 내에 핵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에 반해 이종석 위원은 "대북지원은 핵 문제의 해결 후 가능하다는 식의 흥정거리가 아니다"라고 못박으며 "대북 경제지원은 남북 공동번영과 동북아 중심국가로의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다보스 포럼에서 민주당 정동영(鄭東泳) 의원이 언급한 '한반도 마샬 플랜'의 실체를 간접 확인하는 한편 북한이 핵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면 포괄적인 대북지원책을 제시할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노 당선자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승계한다는 차원에서 별도의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점도 향후 북측과의 원활한 관계 설정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한편 임 특사가 이날 북측 김영남 위원장과 만난 이후 실질적 협상 파트너인 김용순(金容淳) 노동당 비서를 전날에 이어 한번 더 만난 것으로 확인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북측의 파격적인 입장 변화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측의 대외적 국가수반이면서 김 국방위원장에 이은 최고위급 인사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으로부터 핵 문제 해결에 대한 북측의 공식입장을 확인한 후 세부 실무내용 조정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임 특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에서는 북한이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한다는 점과 북미 직접대화를 포함한 협상 테이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천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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