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가 지난해 6월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의 직권남용 사건 수사 과정에서 심완구(沈完求) 전 울산시장이 삼성엔지니어링과 한국티타늄공업(주)으로부터 1억5,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포착하고도 수사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28일 밝혀져 사건 은폐·축소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특히 검찰은 이미 1999년 서울지검에서 심 전 시장에 대한 내사를 통해 이 같은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했는데도 3차례나 임의로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드러나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 배경에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28일 본지가 입수한 신 전 총장 사건 수사기록에 따르면 대검 중수부는 지난해 평창종건 수사에 대한 신 전 총장의 압력 행사 여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의 비자금 조성 및 한국티타늄의 뇌물공여 사실을 파악,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울산지검 수사팀까지 조사했다. 그러나 중수부는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고 심 전 시장에 대해 평창종건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만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특히 검찰은 한국티타늄으로부터 심 전 시장이 뇌물을 받은 혐의를 이보다 3년전인 1999년 2월 이미 확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검은 당시 이모 전 한국티타늄 사장을 조사, "온산공장 건설을 수주한 삼성엔지니어링이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2억원의 비자금을 건네와 이중 1억5,000만원은 97년 7월 심 시장에게 전달하고 나머지 5,000만원은 울산시와 시의회 고위 간부, 지역 언론인 5명 등에게 1,500만원∼수백만원씩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서울지검은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고 사건을 대검으로 넘겼으며, 이 전 사장은 검찰조사를 받은 직후 외국으로 도피했다.
대검은 1년여가 지난 뒤인 2000년말 한국티타늄 이 전 사장의 진술조서와 뇌물수수자 리스트 등이 포함된 평창종건 및 한국티타늄 등의 내사기록 일체를 울산지검에 넘겨 심 전 시장의 비리를 수사토록 했으나 울산지검은 김홍업(金弘業)씨 측근 김성환(金盛煥)씨의 청탁을 받은 신 전 총장(당시 대검차장)의 지시로 평창종건 사건 내사를 종결하면서 한국티타늄 등 나머지 사건도 함께 종결했다. 이후 대검은 1년6개월여 뒤 신 전 총장의 직권남용 수사 과정에서 심 전 시장을 평창종건에서 3억원을 받은 혐의로만 구속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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