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관장 이종철)이 우리나라 방방곡곡의 풍속을 조사, 학술총서로 발간하는 사업이 20년을 넘겼다. 1982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 말에 나온 '경남 어촌 민속지'에 이르기까지 총 33권을 낸 보고서는 잊혀져 가는 우리 생활문화에 대한 생생한 기록으로 민속학 자료 축적에 크게 기여했다.조사팀이 그 동안 발품을 팔며 조사한 지역은 국내 200여 곳과 중국 지린(吉林), 러시아 연해주, 일본 간사이(關西) 지역 등 이다. 농어촌의 독특한 생활습관과 의례, 문방사우, 두레, 무속 등을 통해 우리 문화의 원형을 추적했다.
가장 큰 업적은 어촌의 민속과 장승·솟대 문화에 관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어촌 민속은 학술총서의 첫 성과인 '위도의 민속'을 비롯, '어촌의 민속지(경기·충남편)'와 '경남 어촌 민속지' 등을 통해 주민 생활상을 되살려 놓았다. 특히 '위도의 민속'에서는 풍어제인 띠뱃놀이가 진행되는 과정과 의미를 상세히 밝혀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 전국 112개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장승·솟대' 보고서는 지역별 형태와 그 의미 등을 분석, 장승·솟대 신앙에 대한 가장 폭 넓고 깊이 들어 간 조사 보고서로 남아 있다.
1930년대 일제에 의한 조사 이래 처음으로 작성된 보고서는 중부 이북 지방에 돌장승이 없고, 목장승들은 특이하게 사모관대를 착용했다는 점과 전라도 지역의 장승은 벙거지(전립)를 쓰고 있다는 점을 밝혀 내기도 했다. 민속박물관은 현재 민속학 학술총서사업의 일환으로 2000년에 시작한 '한국세시풍속 대사전' 편찬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종철 관장은 "민속 학술총서 발간은 도시화와 산업화로 사라져 가는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아 남기기 위한 사업"이라며 "학계의 연구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교과서, 영화, 방송프로그램 등에 좋은 참고자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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