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문열(55)씨가 인터넷 소설 연재를 시작했다. 이씨는 24일 소설 전문 사이트 '이노블타운'(www.enoveltown.com)에 새 장편 '호모 엑센쿠탄스' 1회분을 발표했다. 그의 인터넷 소설 연재는 처음이다.'호모 엑센쿠탄스'(homo exencutans)란 '처형자로서의 인간' 또는 '집행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라틴어다. 주인공 '그'가 평범한 생활인에서 '호모 엑센쿠탄스'로 변신해 지상의 초월적 존재를 처형한다는 내용이다.
새 소설의 주제에 대해 이씨는 "우리가 흔히 신이라고 높여 부르는 존재와 그 존재 양식인 초월성까지도 겉으로는 요란스럽게 경배하는 척하지만, 우리 중 누군가는 영육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면서도 기꺼이 그 처형자 혹은 집행자의 역할을 떠맡게 돼 있다"고 밝혔다.
'책 반환 논쟁'으로 인한 홈페이지 폐쇄 등 인터넷에서 촉발된 논쟁에 휘말리기도 했던 이씨가 인터넷에 새 작품을 연재한다는 점에서 우선 눈길을 끈다. 또 대개의 인터넷 소설이 가볍고 감각적인 글쓰기에 치중하게 마련인 반면 이씨는 심각한 글쓰기를 다짐하고 있는 점도 이채롭다.
'호모 엑센쿠탄스'는 무엇보다 고도의 상징화를 거쳤다고는 하지만 최근의 국내 정치와 사회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 외적인 논란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1회분에서는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의 분위기를 묘사하면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적었다.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것도 술자리를 쉽게 달아오르게 한 성싶다. 고졸 출신 대통령, 살맛 나는 세상, 기성 체제에 부채가 없는 후보자, 진정한 개혁의 기수 타령에 맞서 럭비공, 지역 감정의 볼모 아니면 양자(養子), 부정부패 인수인. 국가주도형 포퓰리즘이 게거품을 뿜었다'.
반미 문제, 인터넷의 익명성 문제 등에 대한 작가의 견해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도 있다. '귀담아 들어보면 제법 정교하고 세련된 개탄도 있었다. 횡령의 시대. 모든 것이 횡령되고 있다. 목소리 높고 악착스런 소수가 다수를 횡령하고, 인터넷 광장의 익명성에 숨어서 밖에는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얼치기들이 젊음과 세대를 횡령한다. 아홉 살짜리 코흘리개에게 혈서(血書)를 쓰여 민족을 횡령하고, 대중의 천한 시기심과 복수욕을 자극하여 개혁과 평등을 자극한다…'
이문열씨는 이에 대해 "소설에서처럼 우리나라도 '호모 엑센쿠탄스'가 일단의 정리를 해야 하는 때"라며 "갈등의 총량이 커지고 폭발 직전에 다다른 국내 상황도 암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그러나 "절박한 현실을 그대로 전달하기보다는 관념적·추상적 주제 의식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면서 "애당초 1979년 작인 '사람의 아들'에서 민요섭과 조동팔이 기르던 아이들이 자라서 '호모 엑센쿠탄스'의 주인공이 되는 것으로 구상했다가 계획을 바꿔 독자적인 '그'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호모 엑센쿠탄스'는 1주일 간격으로 연재되며 매회 원고지 50매 분량이 실린다. 이씨는 "연재 기간은 30주, 총 원고지 1,500매 정도의 분량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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