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법원의 재검표로 지난 대선의 개표 결과가 '무오류'(無誤謬)로 판명이 났는데 정작 '공연한 소동'을 일으킨 장본인인 한나라당의 태도가 영 개운치 않다.서청원(徐淸源) 대표는 28일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일부 국민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헌정사상 초유의 대선 재검표에 대한, 그것도 자신들이 제기했던 의혹이 전혀 사실무근으로 드러난 데 대한 입장표명치고는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 당직자는 오히려 서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이로써 각종 의혹이 불식됐다"며 재검표의 당위성을 역설, 대표의 사과마저 무색케 했다.
서 대표는 당초 재검표에서 선거무효소송을 끌고 갈만한 오류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 즉각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는 등 "내가 책임지겠다"고 공언했었다. 당연히 대표직 사퇴도 뒤따를 것으로 알려졌었다. 사안의 중대성과 여론의 시선을 감안한 마땅한 조치로 보였다. 그러나 회의 석상에서의 사과 발언 한마디로 끝이었다.
그의 태도가 바뀐 배경은 당내 기류를 볼 때 충분히 짐작이 간다. 주요 당직자들은 '창사랑' 등 열성 지지자들의 집단행동을 들먹이며 "재검표에 시비를 걸지 말라"며 당내 개혁파를 윽박질렀다. 일부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선에서는 문제 삼지않던 전자 개표기에서 일부 하자가 새로 발견됐다며 여전히 재검표의 성과를 강변하고 있다. 박종희(朴鍾熙) 대변인도 이날 아침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일이 끝난 마당에도 내부 논리에 함몰돼 아직까지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 게 꼭 후안무치(厚顔無恥)의 꼴이다. '큰 일'을 벌여놓고 깨끗이 사과하지도 않고, 책임도 지지않으려는 행태를 이해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지, 한나라당 지도부는 따져봐야 한다.
유성식 정치부 차장대우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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