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가 심완구(沈完求) 전 울산시장의 금품수수 비리를 축소 수사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검찰의 도덕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등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중인 '검찰 개혁론'과 맞물려 검찰 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대답해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3년여 동안 검찰이 필요에 따라 수차례 '개봉'과 '밀봉'을 거듭한 심 전 시장 사건은 정치권 및 검찰 수뇌부의 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춤추는 검찰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눈감은 검찰, 왜곡된 수사 서울지검은 1999년 2월 심 전 시장에 대한 내사를 벌여 뇌물을 준 한국티타늄공업 이모 전 사장의 자백진술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이를 보고받은 대검은 별다른 이유없이 '내사자료'형태로 보관만 한 채 이를 사건화 하지 않았다. 대검이 사건을 묻은 이유로는 검찰이 사건을 정치권 사정을 대비한 실탄 축적용으로 활용하려 했거나 기업체나 정치권의 로비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캐비닛에 들어가 있던 이 사건은 2000년말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장 등 고위공직자 고강도 사정'방침을 밝히면서 다시 빛을 보게 됐다. 대검은 이 사건을 포함, 묵혀두었던 심 전 시장 비리 관련 내사기록을 울산지검에 내려보냈다. 그러나 이듬해 5월 당시 신승남(愼承男) 대검차장이 김홍업(金弘業)씨 측근 김성환(金盛煥)씨의 청탁을 받고 울산지검에 심 전 시장의 평창종건 뇌물수수건에 대해 내사중단 압력을 행사하면서 사건은 다시 벽에 부딪쳤다. 이와 관련, 수사기록에 나타난 당시 울산지검 간부의 진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평창종건 내사 종결하라는) 검사장 지시를 받은 다음 주임검사를 불러 '더 이상 내사를 진행하지 말고 덮으라는 총장님의 지시가 있다. 한국티타늄 사건은 사실관계를 밝혀놓고도 처박았는데, 그렇게 하니까 검찰이 욕먹지. 총장님 말씀을 무시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하면 좋지'라는 식으로 말하자 주임 검사는 '덮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울산지검은 평창종건과 함께 한국티타늄 사건도 일괄 내사종결 처리했다. 수사기록에 따르면 울산지검 관계자들은 내사종결 이유에 대해 "관련자들이 외국으로 도주한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시킬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도주한 사람은 한국티타늄 이모 전 사장 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로비'혹은 '외압'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검 중수부도 눈감았나 지난해 홍업씨 비리혐의 수사과정에서 신 전 총장의 직권남용 혐의가 불거져 나오면서 이 사건은 3번째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대검 중수부는 울산지검 수사 관계자들을 조사하면서 평창종건 외에 한국티타늄 사건 역시 부당하게 종결됐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이번에도 눈을 감았다. 사건 은폐를 수사하면서 또 다시 사건을 은폐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된 것이다. 이와 관련, 검찰 주변에서는 "공연히 이 사건을 거론할 경우 1999년 내사 사건 은폐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것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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