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가구의 60%를 넘는 934만가구가 사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의 국내 재고가 4일분에 불과,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개시되면 재고가 곧바로 고갈되고 차량의 강제 10부제 운행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났다.27일 산업자원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겨울 들어 영하 10도를 밑도는 예상 밖 강추위가 계속되고 일본의 LNG 사재기 등 수급불안이 겹치면서 26일 현재 국내 LNG 비축량이 30여만톤으로, 3일치를 겨우 넘긴 수준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국내 LNG 도입의 절반 이상이 중동에 몰려 있어, 겨울이 끝나기 전인 2월 중에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돼 중동산 LNG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재고가 바닥나 공급이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에너지위기, 3월말까지 간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전쟁이 터지지 않더라도 LNG부족사태와 배럴당 30달러를 위협하는 고유가 등 위기 국면이 최소 3월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자부 윤수영(尹秀榮) 가스산업과장은 "일본이 지난해 원자력 발전소 12기의 가동을 정지시키면서, 국제시장에서 LNG를 한꺼번에 200만톤이나 싹쓸이한 것이 LNG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9만톤의 가스가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월말 재고가 45만톤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름과 겨울의 수요량이 3배 이상 차이 나는 국내 LNG 소비패턴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겨울이 끝나 LNG 소비가 자동적으로 줄어드는 3월말까지는 국내 보유재고가 5일치 이하를 밑도는 상황이 계속될 것 같다"고 밝혔다.
LNG 보다는 급박하지 않지만, 석유도 문제다. 산자부는 국내 원유재고가 101일분에 달해 당장 큰 문제는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라크 전쟁과 함께 베네수엘라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서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국환 산자부 장관도 "이라크 보다는 베네수엘라가 문제"라며, 기존보다 훨씬 강화한 고유가 대책 마련을 지시한 상태이다.
정부 대책, '아끼는 것이 최고'
에너지 위기에 대한 정부 대책은 수요 억제로 모아지고 있다. 당장 모자라는 가스나 원유를 구하는 것보다는 국민들의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자부는 최근 내놓은 '석유·LNG 수급동향 및 대책' 자료에서 국제 유가가 일정수준을 넘어서면 관세·교통세 등을 인하하고 차량 10부제를 강제로 실시하는 한편, 최악의 경우에는 제한 송전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산자부는 또 기존의 에너지 수급 및 고유가 대책을 더욱 강화한 새로운 대책을 마련, 28일 발표할 계획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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