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취업난 등으로 '병'을 앓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취업 포털사이트 스카우트가 최근 35세 미만 구직자 3,4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4.7%가 구직 기간에 스트레스로 새롭게 병을 얻었다고 밝혔다. '취업 병'인 것이다. 우울증이 29.3%로 가장 많았고, 소화불량 불면증 두통 등의 순서였다. 탈모와 비만, 알코올 중독, 피부 질환, 위염, 대인 기피증, 흡연, 조급증 등도 호소했다. 응답자의 76.4%는 "취업 병은 취업 후 나을 것"이라고 답했는데, 과연 그럴지 의문이다.■ 그래서인지 항우울제 소비가 늘고 비타민 등 영양제를 찾는 사람은 줄고 있다.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항우울제 시장은 2000년부터 매년 10∼15% 성장하고 있지만 영양제 매출은 해마다 20% 이상 떨어지고 있다. 영양제를 주로 생산하는 중소 제약회사들이 경영에 타격을 입을 정도라고 한다.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항우울제와 영양제 수요는 약품 중에서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품이다.
■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996년부터 2002년 상반기까지 빈곤 및 소득분배 동향을 연구한 결과 상대적 및 절대적 빈곤율이 1998년부터 높아져 1999년에 최고를 기록했다가 점차 낮아지고 있으나 아직 외환위기 전인 1997년 수준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니계수 등 소득의 분배 상태를 나타내는 각종 지표도 외환위기 이전보다 나아지지 않고 있다.
■ 지난 5년간 공식 실업률은 절반 정도로 떨어졌지만 고용의 질은 악화해 고용 불안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다. 정규직의 비중은 1997년 평균 54.1%에서 2002년 47.9%로 하락한 반면 비정규직은 45.9%에서 52.1%로 상승했다. 잠재 실업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청년층은 4명 중 1명이 실업 상태다. 이들은 새 정부의 가장 열렬한 지지층이다. 올해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고통지수가 지난해 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 지수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해 산출된다. 새 정부는 새로운 일자리 250만개 창출을 약속하고 있다. 어떻게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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