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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유혹은 달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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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유혹은 달콤하지만…

입력
2003.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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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곡은 호객용이에요."리메이크곡의 위상이 변하고 있다. '리메이크는 잘 해야 본전'이라는 말은 배부른 시절의 이야기. 이제는 새 앨범에 리메이크곡 하나 둘 끼워 넣는 것은 필수가 돼 가고 있다. 음반시장의 불황이 장기화, 완전히 낯선 노래로 모험을 하기보다는 '이미 알려진 노래로 관심도 끌고 안전성을 추구하자'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다국적 5인조 여성그룹 '서클'의 멤버였던 한보람이 솔로로 전향하면서 선택한 곡은 윤상의 '이별의 그늘'. 컴필레이션 앨범 '모두 착해져랏!'에 실린 이 노래는 이경섭이 프로듀서를 맡아 리메이크했다. 이 노래는 '한보람 알리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독집 앨범을 내기도 전에 익숙한 노래를 리메이크해 부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리상자의 6집 앨범에도 예민의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가 리메이크돼 실려 있다. 유리상자는 매 앨범마다 '가시나무' '웃어요' 등 흘러간 노래를 리메이크해 왔지만 이번 앨범에 실린 '산골소년의 사랑 이야기'는 아직까지 그 순수한 가사와 깨끗한 멜로디를 기억하는 팬들의 반응이 좋다. 박화요비도 지난해 말 이정봉의 '어떤가요'를 리메이크해 큰 인기를 끌었다.

귀에 익숙한 일본 노래의 리메이크도 활발하다. 최근 발매된 이수영 베스트 앨범의 타이틀 곡 '굿바이'(Good―bye)는 일본 인기그룹 자드(Zard)의 '굿데이'(Good―day)를 리메이크한 곡이다.

자드는 1991년 데뷔 이후 앨범마다 200만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일본의 대표적 그룹. 이수영이 리메이크해 부른 '굿데이' 역시 국내에 널리 알려진 곡으로 MGR이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편곡을 맡고 강은경이 가사를 붙였다. 문차일드에서 이름을 바꾼 M.C The Max도 일본의 록그룹 X―재팬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잠시만 안녕'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런 흐름은 가요계의 복고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영화 '광복절 특사'와 '가문의 영광'에 삽입된 '분홍 립스틱'과 '나 항상 그대를'의 인기몰이에서 보듯 리메이크곡은 알아 듣기 힘든 요즘 노래와 달리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옛날 노래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리메이크 바람을 두고 "작곡 능력 한계에 부딪힌 가요계가 새로운 노래 개발은 뒷전으로 미룬 채 당장의 인기에만 연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떨어지는 창작 능력을 날로 고도화하는 음악 변형 기술로 포장해 결국 가요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부른다는 지적이다.

문화연대 이동연 사무차장은 "능동적으로 새로운 음악을 생산해 내지 못한다면 음반시장은 불황의 악순환을 부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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