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래가 없는 인터넷 대란으로 보안주들은 웃고 인터넷서비스 관련주들은 울었다.지난 주말 인터넷을 강타해 접속불능 사태에 빠트린 컴퓨터 바이러스 때문에 안철수연구소, 하우리 등 백신업체들의 주가는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보안장비 및 솔루션업체인 시큐어소프트, 인젠, 퓨처시스템, 싸이버텍 등도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같은 보안주로 분류돼 동반 상승하며 상한가로 마감했다.
그러나 인터넷 접속불능으로 곤란을 겪은 KT(-3.25), 하나로통신(-4.64), 인터파크(-3.76), 옥션(-2.02), 다음(-3.64%), NHN(-4.10), 네오위즈(-1.48), 엔씨소프트(-3.98) 등의 인터넷 서비스주들은 큰 폭으로 떨어졌으며 온라인게임업체인 액토즈소프트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보안주 제한적인 호재
전문가들은 인터넷 대란이 정보보안업체들에게 중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수 있으며 단기적으로도 주가 상승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보안업계는 2000년 이후 수요 위축으로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에서 적극적인 인터넷 보안대책을 수립하면서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메리츠증권 성종화 연구원은 "해킹이나 바이러스 사고가 터질 때마다 보안주들이 테마로 떠올랐다"며 "이번 사태로 보안주들이 심리적인 영향을 받아 주가가 단기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주가 상승 혜택을 볼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번 인터넷 대란이 컴퓨터 바이러스의 일종인 '슬래머'에서 비롯됐으므로 직접적인 수혜 범위에 들어가는 업체는 안철수연구소, 하우리 등 컴퓨터바이러스 퇴치용 백신을 개발하는 업체들 뿐이다. 방화벽, 공개키 인증솔루션, 침입탐지장치 등 보안장비를 만드는 업체들의 경우 반사이익을 볼 수는 있으나 중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대부분의 보안장비 및 솔루션업체들이 근래에 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영업수지 적자상태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성연구원은 "보안업계에 본격적인 업황개선 신호가 나타나기 전까지 투자를 자제하는 게 좋다"며 "이번 사태를 소재로 전체 보안주에 본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인터넷 서비스주 단기 악재
인터넷 대란으로 접속이 끊기면 영업에 곧바로 타격을 입는 인터넷 서비스업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그러나 관련업체들의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이나 업황과는 무관한 돌발 악재인 만큼 장기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대우증권 허도행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는 일종의 돌발적인 재앙인 만큼 서비스업체들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광고 매출이 줄고 보안시설을 늘리기 위한 비용 손실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업체별로 수억원 미만이어서 장기적으로 투자환경에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투자자들도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의 매출이 장기적으로 줄어드는 일이 없는 한 이번 사태로 심리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당장 투자전략에 변화를 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KT, 하나로통신 등 인터넷접속서비스업체(ISP)들에 대해 "인터넷 서비스업체에서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으나 그렇게까지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투자를 위해서는 이번 사태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성종화 연구원도 "다음, 네오위즈, NHN, 옥션 등 서비스업체들이 단기적으로 심리적인 차원에서 주가가 떨어질 수는 있으나 관련업체들의 펀더멘털에 영향을 주는 치명적인 사건이 아닌 만큼 주가가 떨어지면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게 좋다"고 언급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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