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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紙 북한 르포/"北 살인 인플레… 가격혁명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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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紙 북한 르포/"北 살인 인플레… 가격혁명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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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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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생필품 가격과 임금 인상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꾀했던 북한의 경제가 살인적 인플레이션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으며 북한 핵 위기는 경제개혁 실패에 대한 '희생 양'이거나 실패를 반전시킬 '돌파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26일 중국 옌지(延吉)발 르포기사 '시험 받는 북한 경제 정책'이라는 기사에서 탈북자와 한국 및 중국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이 신문에 따르면 가격 인상 후 최근 3개월간 북한에서는 쌀 가격이 50∼300% 치솟아 주민들의 생활이 개선 조치 이전보다 열악해졌다. 특히 생산품을 시장에서 팔지 못한 기업들은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이 임금 대신 물건표(쿠폰)를 받더라도 상점에 물건이 없어 물건을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

올 여름 북한으로 강제송환됐다 지난달 다시 탈북한 이상유(19·여)씨는 "지금 상황은 기근이 절정에 달했던 1997년보다 절망적"이라며 "당시에는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희망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생필품과 공산품이 암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고 추가 생산을 독려하기 위해 노동자의 임금을 900∼1,500%, 쌀 등 생필품 가격을 1,000∼4,000% 올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당시 10∼20전(1원=100전) 하던 쌀 1㎏의 가격이 40원 안팎으로 뛰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립경제에서 탈피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가격 현실화 조치는 그에 상응하는 생산(공급)의 증가가 병행되지 않으면 물건의 가격만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마련인데 북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신문은 현재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세계식량기구(WFP)의 대북 식량 원조 감소를 꼽았다. WFP의 대북 지원이 줄자 쌀을 비롯한 농산품의 가격은 뛰고, 이는 물가 전반의 인상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현재까지 북한의 가격 혁명은 실패"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현 경제상황과 핵 위기 간의 상관관계는 이중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자들이 경제정책 실패를 무마시키기 위해 핵 위기를 상정할 수 있을 가능성, 현 경제 위기를 돌파하고 미국으로부터 체제안전과 국제금융기구 지원을 보장 받기 위해 핵 위기 국면을 조장했을 가능성 등이 병존한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에 경제문제를 조언을 하고 있는 한 중국의 전문가는 "7월 시행된 개혁 조치는 중도에서 되돌릴 수 없는 조치"라며 "북한은 싫으나 좋으나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붕괴의 위험성을 그대로 안고 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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