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활동이 이뤄지는 고속도로가 한 순간에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제2, 제3의 사고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위기대처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삼성전자 이광성 상무는 사상 초유의 '인터넷 대란'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처럼 개별 기업이 아무리 준비를 철저하게 하더라도 눈뜨고 당할 수 밖에 없는 사고는 정부가 앞장 서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터넷 마비사태가 활동이 뜸한 토요일에 발생, 최악의 위기를 모면한 기업들은 "불행 중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바이러스 예방 패치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향후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가슴 쓸어 내린 기업들
주요 기업들은 25일 오후 인터넷 대란이 발생하자 휴무 중인데도 곧바로 대응 조치에 들어가 별다른 피해는 입지 않았다. 삼성은 이날 오후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본사 및 각 계열사로 이어지는 바이러스 감염경로를 차단했다. LG전자도 사고 직후 보안 패치 프로그램을 일부 수정, 보완하는 등 철저한 방어벽을 쳐 피해가 없었다. 현대자동차도 사내 전산망을 통해 보안 프로그램을 보급하는 한편, 전국에 흩어진 공장과 연구소별로 자체 행동 요령을 내려 보냈다.
사고가 평일에 일어났더라면 '인터넷 재앙'이 됐을 것이라는 것이 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최근 전자 상거래와 전자 결제 등 인터넷에 의존한 업무가 기업별로 60∼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터넷 마비사태는 곧 기업 활동 마비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000년 57조 5,584억원이던 전자 상거래 규모는 지난해 176조 6,570억원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구매의 99% 이상을 인터넷을 통해 하고 있는데 인터넷이 한 순간이라도 마비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제2, 제3의 대란이 올 수도 있다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은 27일 일제히 인터넷 전산망에 대한 추가 공격에 대비해 보안 프로그램을 새로 설치하는 한편,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상시 감시시스템을 가동키로 했다.
또 전자 조달 및 납품 때 거래 명세서와 입고 명세서를 반드시 인쇄물로 출력한 뒤 구매부서와 거래처에서 각각 1부를 따로 보관하도록 하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해서 업무를 처리하도록 행동지침을 내렸다. 일부 기업에서는 위기 상황에 따른 대응조치 등을 담은 시나리오를 추가로 만드는 등 위기 대처능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도 연구중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체 방화벽(Fire Wall)을 쌓아도 시스템 자체가 마비되면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삼성 SDS 시스템보안그룹의 노시영 부장은 "인터넷 시대에는 기업도 새로운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라며 "사고가 나더라도 바로 복구할 수 있도록 통신업자들의 필터링 장치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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