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인 대선 투표지 재검표가 전국 35개 지법과 지원에서 27일 오전 10시부터 일제히 개시됐다. 수탁판사의 검증개시 선언과 함께 시작된 재검표는 전체 투표수의 44.6%에 해당하는 1,104만 9,311표의 투표용지를 직접 손으로 일일이 재확인하는 절차로 진행됐다.○…각 법원의 대법정이나 회의실에서 실시된 재검표는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 채 판사의 주관으로 원고측인 한나라당 참관인, 피고측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참관인만 입회해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 재검표장 주변에는 청원 경찰이 배치됐다. 울산지법에서는 투표함 이송이 늦어지고 한나라당측과 법원이 검표전 계수기에 대한 점검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다 당초 개표 개시 시간이 30분 가량 늦어지기도 했다.
○…재검표 방법은 지난해 12월 전자개표 결과에 따라 각각 후보별로 분류된 투표 용지해를 100표씩 묶음으로 나눈 뒤, 노무현(盧武鉉) 후보 등 각 후보자의 투표뭉치에 다른 후보를 선택한 용지가 들어있는 지를 일일이 수(手) 작업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재검표가 본격화하면서 재검표장 곳곳에서 크고 작은 소동이 벌이지기도 했다. 서울지법 남부지원에서는 한나라당 참관인들이 "노 후보 표에서 붓뚜껑 '' 표시의 위치, 방향이 똑같은 투표지 4장이 연속해서 발견됐는데 이는 기계로 조작된 흔적"이라며 검증을 요구하다 판사와 설전을 벌였다. 청주지법에서는 일부 투표용지가 젖은 채 발견돼 한때 재검표장이 술렁였으나 판별 가능할 정도로 미미한 것으로 밝혀져 그대로 진행됐다.
○…그러나 재검표 결과 오류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자 한나라당측 참관인들은 눈에 띄게 허탈해 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국력낭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에 떠도는 유언비어를 근거로 이처럼 소모적인 일을 벌일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혀를 찼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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