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7일 실시된 대선 재검표에서 '혹시나' 했던 기대와 달리 중대 오류가 발견되지 않자 '역시나'라는 반응 속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승복할 줄 모른다"는 역풍을 예견하고도 재검표를 관철시킨 만큼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재검표 현장에 투입된 일부 의원과 당직자는 "애당초 하지 말자고 했는데 무슨 망신이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개혁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선무효소송을 밀어붙인 당 지도부는 수습방안 마련에 골몰하며 곤혹스런 모습이다.
당 부정선거진상조사위 이주영(李柱榮) 상황실장은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처음부터 당락이 뒤바뀌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며 "전자 개표기의 오류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 재검표를 요구했을 뿐"이라고 차단막을 쳤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28일 주요 당직자회의 입장 표명을 통해 대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선거무효소송과 대선관련 각종 고소·고발을 일괄 취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당내 일각에서 서 대표의 거취문제를 거론하고, 서 대표도 사퇴 후 대행체제로 가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백지화했다는 후문이다. "당 개혁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이 많았기 때문이다.
개혁파도 당 지도부의 섣부른 판단을 비난하며 대국민 사과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지도부 인책론을 다시 제기하지는 않을 분위기다.
한 초선 의원은 "재검표를 요구하는 열성 당원들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당 지도부의 입장을 두둔했고, 또 다른 초선은 "재검표 결과를 놓고 분란이 생기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두 번의 패배를 자초했다"면서 비난 공세를 폈다.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재검표 결과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지는 성의 있는 조치를 국민과 역사 앞에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스스로 국정 발목잡기식 구태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드는 데 동참할 것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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