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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파일/"블루" 해군성원에 의기양양 "태극기…" 육군박대에 의기소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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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파일/"블루" 해군성원에 의기양양 "태극기…" 육군박대에 의기소침

입력
2003.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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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규 필름이 해군에 웃고, 육군에 울었다. 2월7일 개봉하는 이정국 감독의 '블루'(사진)는 해군의 도움으로 리얼리티도 살리고 제작비도 절약했지만, 2월 촬영에 들어갈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는 육군이 지원을 거부했기 때문이다.해군은 작전사령부를 촬영 장소로 선뜻 내줬다. 구축함은 물론 헬기, 세계에 3대밖에 없다는 해저잠수정 DSRV까지 제공했다. 기술지도와 병력지원도 주저하지 않았다. 훈련 일정에 영화 촬영을 맞추기는 했지만 연인원 5,000명이 엑스트라가 돼 주었다. 그 덕분에 해군 잠수부대 SSU를 소재로 한 '블루'(순제작비 37억원)는 20억원의 제작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이정국 감독은 "과거 같으면 문제 삼을 야간 보초를 서는 병사의 수통에 소주가 들어 있고, 김 대위(신현준)가 상관 명령을 거부하고 폭행까지 가하는 하극상도 이해하고 받아 들였다"고 했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사실)가 아니다, 영화로 봐 주어야 한다"는 해군 문화홍보과장 홍영소 중령의 말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해군에서도 결과에 만족하는 분위기. "창설 이래 가장 좋은 영화"라며 2월5일에는 해군본부에서 참모총장과 장병들이 시사회까지 가질 예정이다.

반면 육군은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태극기 휘날리며'에 대해 정반대 태도를 보였다. 촬영지원정책의 결정자인 국방부 정훈국은 물론 국방부 장관까지 찬성했지만, 실제 제작지원을 맡을 육군이 끝까지 반대했다. 이유도 많았다. '지금까지 상업영화를 지원해 준 적이 없다' '군인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내용이 많다' '미국도 지원에 엄격하다'는 등등. 물론 군사 자문 요청도 거절했다. 이하나 PD는 불만이 가득했다. "그러면서 트집을 잡았다. 30여 곳을 고치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병사들이 욕하는 장면까지. 주인공이 대대장을 죽이는 장면 등 두 세 군데 수정을 요구한 국방부나 그것까지 '영화일 뿐'이라며 받아들인 해군과는 너무나 달랐다."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일관성 있는 영화제작 지원과 절차 개선, 상호협력과 전략적 제휴를 위해 민간영화 지원지침을 발표했다. 육군이 지원해 논란을 빚은, 거창 양민학살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애기섬' 을 계기로 영화제작지원과 절차를 개선하자는 뜻도 있지만 앞으로 영화계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제휴하자는 취지였다.

'태극기 휘날리며' 는 그 첫 시험 무대였다. 강제규 필름은 지금 한 대에 3억원을 들여 탱크를 만들고 있다. 이 PD는 아쉬워한다. "아직도 자기 사고방식만 고집하는 육군의 고집으로 제작비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잃었다. 휴전 50주년에 맞춰 한국전쟁의 비극을 되새기고 반전과 평화를 강조하는 의미 있는 대작을 군과 함께 만들어 남기는. "

군의 영화지원 기준이 엄격해야 한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군 칭찬 일색의 영화만 지원한다면 민간영화 지원지침은 있으나 마나이다. 영상산업에서 군 역시 중요한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이미 여러 할리우드 영화들이 증명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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