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초부터 담배에 니코틴과 타르 함량 표시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시행하면서 허위 표시 여부를 가리기 위한 객관적인 측정기관조차 갖추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검사 대상인 국내외 담배 사업자들에게 담배성분 측정기관 설립을 위한 자금 출연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재정경제부는 26일 올해 초부터 출고되는 모든 담배와 관련 광고에 니코틴과 타르 함량 표시가 의무화함에 따라 민간 담배 회사인 KT&G(구 담배인삼공사)중앙연구원을 '담배성분 측정기관'으로 임시 지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특정 담배 회사의 부설 연구소를 공공 목적의 담배성분 측정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은 공정경쟁을 해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재경부는 "민간 업체인 KT&G가 단독으로 검사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는 만큼 객관적인 제3의 성분 측정기관이 필요하다"며 국내외 제조업체들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담배협회에 따르면 측정기관 설립 자금은 KT&G와 '던힐'의 BAT코리아, '말버러'의 필립모리스, '마일드세븐'의 JT인터내쇼날 등 4대 메이저 회사가 부담한다. 협회 관계자는 "재경부의 협조 요청에 따라 4개 회사가 15억원 가량을 거둬 측정기관을 만들 계획"이라며 "기계가 들어오고 연구인력이 확보되는 올 하반기 중 가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현재 유일한 공인기관인 KT&G중앙연구원이 임시라도 성분 검사를 맡아주지 않으면 제도 시행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아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담배 사업자들에게 자금지원을 요청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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