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지 3년이 넘어서야 차를 사게 됐다. 지하철이 가장 빠르고 믿을 만하지만 쇼핑할 때나 서울 밖으로 나갈 때는 차가 있는 것이 훨씬 낫다. 서울에는 스칸디나비아의 가장 큰 도시보다 10배도 넘는 주민들이 살고 있어 당연히 운전하기 힘들 것 같았다.하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차이들이 있을 뿐이다. 한국에서는 적신호가 켜있어도 우회전한다. 가끔 스웨덴에서의 운전습관 때문에 내 차가 서 있으면 뒤에서 일제히 경적을 울려낸다. 또 하나, 2m 높이로 도로변에 서있는 스웨덴의 신호등에 비하면 한국의 신호등은 너무 높이 있어 이따금 보지 못할 때도 있다.
서울에서 운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을 항상 계획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된 차선에 있으면 갑자기 우회전이나 좌회전을 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낯선 곳에서 차를 몰 때는 때를 놓쳐 몇㎞나 돌아가야 한다. 다행히 한국 운전자들은 스웨덴 사람들에 비해 훨씬 협조적이다.
한국에서는 매년 8,000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스웨덴은 500명 정도다. 한국 인구가 스웨덴의 5배이긴 하지만 그래도 차이가 크다. 서울이 스웨덴 도시들보다 제한속도나 실제 차량 속도가 훨씬 느린데도 사고가 많은 이유는 사람과 차가 같은 길에 뒤섞여 다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사망자의 절반이 보행자인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자동차, 자전거, 보행자가 같은 도로를 사용하지 않는다.
차를 사니 생각지도 못했던 혜택이 많았다. 우선 스웨덴에서는 거의 트럭 또는 버스를 살 때나 주는 타이어 체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서울의 언덕들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했지만…. 서비스도 탁월했다. 스웨덴의 무인 주유소와 달리 한국에서는 주유소 직원들이 기름을 넣어주고 그밖에 간단한 서비스까지 해준다. 보험서비스도 스웨덴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기름이 떨어지거나 배터리가 나가거나 타이어가 터졌을 때 전화 한 통화면 금방 사람을 보내 무료로 고쳐준다. 얼마 전 배터리가 방전돼 보험회사에 전화했더니 5분 만에 사람이 와 바로 고쳐주었다. 스웨덴에도 배터리 전문 회사가 있지만 전화해서 부르면 몇 시간이 지나야 오며 그나마 8만원을 주어야 한다.
한국에서 차를 가지고 있다는 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이점이 많았다. 그래도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언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스벤 울로프 울손 스웨덴인·한국외대 스칸디나비아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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