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에 따른 인선 작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 주변의 파워 그룹 간 각축이 한창 열기를 더해가는 양상이다. 이들은 스스로가 새 정부에 참여할 인사 대상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노 당선자의 인선 구상에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실세들이다. 파워 게임을 벌이고 있는 노 당선자의 주변 실세들은 노 당선자와의 인연, 정치적 관계, 내부 상호작용 등에 따라 대체로 5개 그룹으로 크게 나뉜다. 김원기(金元基) 정치고문이 이끌고 있는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인맥,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으로 대표되는 민주당내 신주류, 신상우(辛相佑) 국회부의장이 좌장격인 부산 라인 등이 우선 눈에 띈다. 안희정(安熙正) 정무팀장, 이광재(李光宰) 기획팀장 등이 주도하고 있는 386세대 출신의 젊은 참모 그룹, 김병준(金秉俊)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 등이 포진하고 있는 소장 학자 그룹도 여기에 포함된다.이들이 이미 청와대 비서실 진용 내에 각 그룹의 선발 주자들을 보내놓고 있는 것도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민주당 신주류에서는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 내정자가 나왔고 통추 인맥에서는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 내정자가, 부산 라인에서는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 내정자가 비서실에 일찌감치 합류했다. 민주당 신주류에서는 또 신계륜(申溪輪) 인사특보가 청와대 비서실 인선 등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386참모 그룹에서는 이광재 기획팀장, 윤태영(尹太瀛) 공보팀장, 김만수(金晩洙) 인수위 부대변인 등이 비서실 실무라인에 포진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들의 신경전은 최근의 고건(高建) 총리 지명자 및 비서실 인선 과정을 되짚어 보면 보다 확연해진다. 고 총리 지명자는 민주당 신주류와 통추 인맥 일부에서 우군을 확보했지만 386 참모 그룹 등 개혁성을 앞세운 나머지 세력들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았었다. 부산 라인인 문재인 민정수석을 내정할 때는 민주당 신주류쪽에서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문 내정자를 인사수석 등으로 돌리고 차기 정부 인사의 핵심 통로인 민정수석을 장악하려는 내부 각축은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정책기획 수석, 경제 부총리, 교육 부총리, 통일부 장관 등 아직 남아 있는 요직에 대해서도 파워 그룹 내부에서 거론하는 인사의 방향이 서로 다르다. 경제 부총리 물망에 오르는 김종인(金鍾仁)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경우, 민주당 신주류와 통추 일부에서 밀고 있으나 386 측근이나 소장학자그룹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 경제부처
청와대 경제수석이 없어질 것이 확실시 됨에 따라 위상이 강화될 경제부총리에는 김종인(金鍾仁)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유력하게 거명된다. 최근 노무현 당선자를 만난 정운찬(鄭雲燦) 서울대 총장이 그를 추천했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총리 지명자와 같은 전북 출신이고, 공직에서 오래 떠나 있어 현실감각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헌재(李憲宰) 전 재경부장관, 국제적인 지명도가 있는 사공일(司空壹) 전 재무장관, 개혁 마인드가 있는 이필상(李弼商) 고려대 교수도 거론되고 있다.
산업자원부 장관은 차관을 지낸 최홍건(崔弘建) 산업기술대학 총장과 오영교(吳盈敎) KOTRA 사장, 이희범(李熙範) 생산성본부 회장 등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위원장은 이근영(李瑾榮) 위원장의 퇴임이 예상되는 가운데 윤진식(尹鎭植) 재경부 차관과 유지창(柳志昌) 현 부위원장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금감원 직원 설문조사에서 인기가 높았던 이정재(李晶載) 전 재경부 차관과 정기홍(鄭基鴻) 금감원 부원장도 꾸준히 물망에 오르고 있다.
건교부장관은 행정수도 이전과 경부고속철도 개통 등 현안이 많아 임인택(林寅澤) 현 장관의 유임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추진력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추병직(秋秉直) 차관과 이부식(李富植) 교통개발원장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기획예산처 장관은 노 당선자가 해양수산부장관 시절 각별히 신임했던 박봉흠(朴奉欽) 현 차관의 승진설이 유력하다. 민주당에서 전국구 의원 2명이 입각할 경우 허운나(許雲那), 김영진(金泳鎭) 의원이 정보통신부와 농림부 장관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인수위 경제1분과의 이동걸(李東傑) 위원, 참여연대의 장하성(張夏成) 고려대 교수 등도 경제부처 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인수위 이병완(李炳浣) 기획조정분과 간사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은 의외의 인물이 입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 통일·외교·안보
핵문제라는 뜨거운 현안 때문에 일부 각료들의 유임설이 꾸준하다. 하지만 노무현 당선자의 핵심 측근은 27일 "DJ 정부와 대북 기조를 같이 한다는 것이 곧 방법론을 같이 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해 교체쪽에 무게를 두기도 했다. 통일부장관에는 임채정(林采正) 인수위 위원장과 문정인(文正仁) 연세대 교수의 기용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정세현(丁世鉉) 현 장관의 유임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장선섭(張瑄燮) 경수로기획단장의 발탁설도 나오고 있다.
외교통상부 장관으로는 한승주(韓昇洲) 전 외무부 장관과 김삼훈(金三勳)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위원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며, 외교통상부 차관을 지낸 반기문(潘基文) 본부대사와 선준영(宣畯英) 유엔 대사 등이 물망에 올라 있다. 노무현(盧武鉉) 당선자의 외교특보를 맡았던 유재건(柳在乾) 의원의 이름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국방부의 경우 대안 부족과 군 내부 사정 때문에 이 준(李 俊) 현 장관이 유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교체할 경우 이남신(李南信·육사23기) 현 합참의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재창(金在昌·육사18기) 전 한미연합사부사령관과 조영길(曺永吉·갑종172기) 전 합찹의장, 길형보(吉亨寶·육사22기) 전 육참총장 등도 거명된다.
/이진동기자 jaydlee@hk.co.kr
● 사회·문화
새 정부 교육개혁을 이끌어갈 교육부총리에는 성공회대 총장 출신으로 노 당선자의 교육특보를 지낸 이재정(李在禎) 의원과, 통추 출신의 박석무(朴錫武) 전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전국구 의원 2명 가량의 입각설이 나돌면서 국회 교육위에서 활동해 온 이 의원이 부상하고 있다.
'깜짝 놀랄 만한 인사'의 기용설이 힘을 얻을 경우 대안학교를 이끌고 있는 전성은 거창 샛별중학교 교장이나 도재원(都在元) 거창고 교장 등의 발탁도 배제할 수 없다.
행자부 장관에는 원혜영(元惠榮) 부천시장의 낙점이 유력한 가운데 김병준(金秉準)인수위 정무분과위 간사의 입각설도 돌고 있다. 검찰의 제도적 개혁을 이끌어갈 법무부의 경우 최병모(崔炳模) 민변회장과 조승형(趙昇衡)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도 거론된다.
노동부 장관은 방용석(方鏞錫) 현 장관의 유임이 점쳐지는 가운데 안영수(安榮秀) 노사정위 상임위원, 김상남(金相男) 청와대 복지노동수석, 배무기(裵茂基) 울산대 총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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