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블랙 먼데이를 막아라.' 휴일 인터넷 대란이 진정 국면으로 전환됐지만 '제2, 제3의 대란'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 금융기관과 증권사, 기업, 공공기관의 업무가 시작되는 27일이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이 폭증하면서 인터넷 대란의 원인인 '윈도 SQL 슬래머 웜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보안 전문가들은 인터넷 서버 긴급 복구는 마쳤지만 인터넷 망 마비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업체인 하우리의 박정호(朴正鎬) 부사장은 26일 "인터넷 기간망 복구가 이뤄져도 이번 사태를 야기한 웜 바이러스가 자기 복제를 통해 최상위 서버 등을 다시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킹 전문가인 잉카인터넷 김남욱(金南旭) 사장은 "완전 복구 여부는 3∼4일이 지나 봐야 알 수 있다"며 "출근과 함께 웜 바이러스 유통경로를 완전 차단하고 내부 전산망에서 취약한 시스템을 모두 점검,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요 금융기관과 기업체들은 25일 오후부터 이틀 동안 밤을 새가며 전산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혹시 발생할지 모를 '블랙 먼데이'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토요 휴무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전산 관계자들은 토요일 오후부터 속속 회사로 집결, 전산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점검하느라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한 종합상사 전산실 관계자는 "인터넷 망 마비 소식을 듣고 급히 출근해 서버를 점검했지만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다"며 "평일 업무시간에 이런 사태가 빚어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지만 월요일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등 통신업체들은 비상상황실을 설치, 유무선 통신 연구팀을 긴급 소집해 네트워크를 점검하며 휴일 내내 긴장된 시간을 보냈다.
금융기관과 증권사들은 월요일 업무 개시와 함께 인터넷 뱅킹이나 홈트레이딩이 급증할 것에 대비, 밤새 가상 시스템 접속 점검을 계속했다. S증권 관계자는 "주말에 증시가 폐장한 만큼 월요일 오전 금융거래 시작 시점만 무사히 넘기면 될 것 같다"며 "그러나 수많은 고객이 증권사 시스템에 접속할 경우에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 긴장된다"고 말했다. D증권 관계자는 "홈트레이딩 시스템으로 인터넷 주식 거래를 하는 고객을 전화 주문으로 돌리고, 고객지원센터뿐만 아니라 전 영업부서에서도 전화주문을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은행 관계자는 "주말 내내 고객들에게 당분간 불안정한 인터넷 뱅킹 보다는 폰 뱅킹을 이용하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안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 등 보안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곳은 괜찮지만 전산 시스템이 취약한 일선 학교와 중소기업 등은 인터넷 대란의 피해자이자 원인 제공자가 될 수도 있어 월요일이 사태 확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긴장의 하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박은형기자 voice@hk.co.kr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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