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우이동의 육당 최남선 고택에서 문화적 유품들이 대거 도난 당하는 부끄러운 일이 발생했다. 최근 이 건물이 서울시 문화재 지정에서 제외되고 곧 철거될 것으로 알려지자 고서적 수집인과 학생, 재활용품 수집업자 등이 몰려와 쓸 만한 물건들을 모두 가져갔다고 한다. 분실된 물건은 일본황실 관련 사진첩, 이광수 등과 주고받은 서신, 각종 신문, 고서적 등이다. 역사적 보존가치가 있는 유품들이 수장될 곳을 찾지 못하고 분실된 것이다.우선 훔쳐간 사람들의 비문화적 탐욕이 비난 받아야 한다. 작은 돈이라도 될만하면 문화적 가치를 가리지 않고 파렴치한 행동을 저지르는 세태가 부끄럽다. 건물은 철거돼도 유품은 박물관 등에 보존되어 역사를 증거해야 한다.
육당 후손과 서울시, 강북구의 문화재 관리에도 문제가 많다. 서울시는 강북구의 문화재 보호구역 지정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집은 육당이 조선 청년의 태평양전쟁 참전을 독려하는 등 친일행각을 했던 곳이라는 이유였다. 이유는 이해할 수 있으나, 문학사적 보존·연구의 가치가 있는 유품들을 방치하다시피 해 온 것은 잘못이었다.
지난해 말 이 집을 건설회사에 판 육당 후손들은 건물이 철거되기 전에 유품을 잘 단속해야 했다. 친일의 증거이더라도 그 물건들은 역사적 자료로 보존될 가치가 충분하다. 후손들은 공명정대한 자세로 유품을 정리, 기증 등의 방법을 통해 조상의 허물을 반성하는 기회로 삼았어야 했다.
차제에 옛 한옥을 마구 허무는 일도 건축문화사적 입장에서 반성해야 한다. 굳이 육당의 고택이 아니더라도 규모와 형태가 훌륭한 옛 한옥은 가능한 한 보존해야 하며, 철거가 불가피할 때는 장소를 옮겨 보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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