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전국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전면 마비되면서 인터넷 쇼핑몰과 인터넷 뱅킹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경제적 피해가 잇달았다. 특히 설 특수를 앞둔 인터넷 쇼핑몰과 설자금을 융통하려던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컸다. 대학 입시 업무가 혼선을 빚는가 하면 전자정부 홈페이지도 멈춰서 민원인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 CJ몰, 삼성몰 등 인터넷 쇼핑몰은 주문 접속이 끊겨 엄청난 고객 불편과 매출손실이 뒤따랐다. 인터파크의 경우 "평소 토요일 매출에 비해 약 1억원 정도 손해를 봤고, 설 특수를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크다"고 말했다. 한솔CS클럽 관계자는 "사전에 이용자들에게 카탈로그를 배포했기 때문에 주문이 전화로 몰렸다"며 "콜센터 직원 100여명이 전원 출근해 주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뱅킹·증권사
은행이 열지 않는 토요일에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려던 고객들도 불편을 겪었다. 평일과는 달리 거래가 많지 않은 휴일이어서 커다란 혼잡은 없었지만, 설연휴를 1주일 앞두고 자금수요가 몰린 일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불편이 가중됐다. 일부 개인고객들은 인터넷 뱅킹 대신 직접 자동화기기를 이용하거나 폰뱅킹을 이용했다.
증권사들은 이날 휴장 으로 영업자체가 없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철도 및 항공편 예약
철도 및 항공편의 인터넷 예약도 중단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자체 서버를 이용하는 입출국 업무와 카운터 전산업무 등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으나 KT서버를 사용하는 인터넷 예매 업무는 차질을 빚었다. 항공사들은 전화나 팩스 등을 이용해 예매를 실시했고 여분이 있는 항공편의 경우 직접 공항으로 나와 항공권을 구매하도록 안내했다. 철도의 경우도 철도회원 전용 인터넷 예매사이트인 바로타(www.barota.com) 접속이 25일 오후 내내 중단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직격탄 맞은 PC방
인터넷 대란의 직격탄을 맞은 PC방은 온라인게임을 즐기려던 청소년들이 발길을 끊는 바람에 주말인데도 텅텅 비었다. 손님들이 뜸해지자 25일 오후부터는 아예 문을 닫아버리는 PC방들이 속출했다. 서울 충무로의 한 PC방 주인 정모(34)씨는 "왜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느냐며 항의하는 손님들에게 마땅히 대꾸할 말도 없었다"며 "인터넷 게임을 주로 즐기는 청소년들이 주로 주말에 PC방을 찾아왔는데 하필 주말에 사고가 나서 손해가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형아파트등 주거지 인근 PC방에는 가정용 인터넷이 작동하지 않자 한때 손님이 몰렸으나 PC방도 다운된 사실을 알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입시
인터넷으로 대입 원서를 접수하던 대학들은 입시 업무에 큰 혼선을 빚었다. 때마침 사이버대학들이 원서를 접수하는 기간이어서 수험생들의 피해는 더욱 컸다. 27일까지 원서를 접수하는 국제디지털대, 25일이 마감일이었던 영진사이버대 등은 인터넷으로 원서를 접수하는데 실패한 수험생들의 전화 항의가 줄을 이었으나 대학관계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사이버대를 지원하려는 김모씨는 "인터넷을 통해 여러 사이버대학의 장단점을 비교한 후 응시대학을 정하려 했으나 인터넷이 다운되는 바람에 엉망이 돼버렸다"며 발을 굴렀다.
전자정부
정부도 마비됐다. 정부 부처의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인터넷으로 각종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정부 홈페이지(www.egov.go.kr)마저 멈춰 섰다. 전자정부의 4,000여 각종 민원 안내 및 민원 신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사이버민원인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경찰도 사이버 범죄 수사에서 손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와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인터넷이 마비되는 동안 IP추적 등이 불가능해 진행 중이던 수사를 중단하는 등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병원
주말동안 응급실을 가동한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들은 건강보험 조회를 하지 못해 치료비를 둘러싸고 환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대구 영남대병원은 인터넷망 마비로 건강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지 못해 환자들이 접수창구에서 오래 기다리는 불편을 겪었다. 또한 보험카드를 가져오지 않은 환자들은 보험 처리를 하지 못해 "치료비가 많이 나왔다"는 항의가 속출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온라인 쇼핑몰 손해 고스란히? 보험없어… 통신사업자상대 소송전망
인터넷 대란으로 온라인 쇼핑몰들이 타격을 입었지만 보험을 통한 보상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 사용 중단에 대비한 보험상품 자체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비즈(e-biz) 배상책임'보험이 있긴 하지만 가입자는 쇼핑몰 업체가 아니라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이다.
더구나 이비즈 보험은 초고속 사업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인터넷 중단에 대해서만 보험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는 적용이 어렵다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 결국 쇼핑몰 업체들이 입은 피해를 보상받는 방법은 소송밖에 없어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인터넷 접속 불능사태로 영업 피해가 컸다"며 "고객 이탈과 영업상 피해에 대해 통신 사업자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인터넷 대란 일지
◇25일(토)
오후 2시 : 인터넷 접속 속도 느려짐.
오후 2시10분 : 드림라인이 정통부 산하 정보보호진흥원에 이상 징후 발생 보고.
오후 2시44분 : 혜화전화국의 DNS에 이상 패킷이 다량 유입돼 메가패스 등 KT 인터넷 가입자들의 접속이 불가능해짐. 하나로통신과 두루넷, 케이알라인 등도 DNS 및 라우터 등에 이상이 일어남.
오후 3시44분 : KT DNS에서 이상 패킷이 유입된 포트를 닫아버림.
오후 4시 : 정통부가 각 ISP에 대량 패킷이 이동하는 문제의 포트를 닫으라고 촉구.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수사착수. 혜화전화국에 수사관 급파.
오후 7시 : 하나로통신의 망과 서버가 복구됨.
밤 11시 : 네트워크가 정상을 되찾기 시작했으나 부분적인 망 접속 장애는 계속됨.
◇26일(일)
오전 9시 : 정통부 '대국민 행동요령' 전파.
오전 11시20분 : 이상철 장관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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