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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대란/ 이모저모

입력
2003.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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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대란'으로 인터넷 공황 상태가 발생하자 네티즌들 사이에 '인터넷 패닉 현상'이 나타났다. 인터넷이 연결되는 장소를 찾기 위해 PC방을 찾아 헤매는 등 '인터넷 금단현상'을 보이는가 하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가격이 형성되는 용산전자상가 등에선 컴퓨터용품 매매 중단 사태가 벌어지는 등 곳곳에서 혼란이 가중됐다.인터넷 중독자들 심리적 공황

'한게임', '리니지'등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많은 네티즌들은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해지자 심리적 공황상태를 맞았다. 퇴근 후 매일 5시간씩 리니지 게임을 하는 송모(30·경기도 고양시)씨는 25일 오후부터 심한 불안증세에 시달렸다. 초고속통신망이 설치된 집 컴퓨터가 작동이 안돼 게임을 할 수 없었기 때문. 금요일에 잃은 사이버 머니를 찾는다는 생각에 인근 PC방 10여군데를 돌아다녔지만 허탕을 치고 통신사에 전화를 하는 것으로 화풀이를 대신했다.

2개월 전부터 최신 인터넷 3D게임 '릴'을 하루 10시간씩 즐기는 김모(33·경기 용인시 수지읍)씨도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자 휴무일인 토요일인데도 혹시나 해서 사무실로 뒤늦게 찾아갔지만 허탕만 친 뒤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魚起準) 소장은 "인터넷 중독자는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더라도 2,000만명의 이용자 가운데 10%인 200만명으로 추산된다"며 "이들은 24시간이 아니라 단 10분을 사용하지 못해도 금단증상을 일으키는데, 이번 사태는 그들에게 고문과 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약속 취소, 업무피해 발 동동

이메일, 인터넷 홈페이지, 메신저 등을 통해 약속사항을 공지하는 네티즌 사이에선 이날 공지사항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약속이 잇따라 '펑크'나거나 지각사태가 빚어졌다. 회사원 서모(32)씨는 "친구들이 이메일로 오늘 저녁 약속시간을 전달했는데 인터넷 자체가 마비되면서 만나려던 식당장소와 시간을 확인하지 못해 2시간이나 늦게 나가야만 했다"고 말했다. 인기그룹 A의 팬클럽 회원인 정모(16)양은 몇 개월만에 팬클럽 모임이 열리기로 예정돼 있지만 시간과 장소는 물론 다른 회원의 연락처도 알 수 없어 밥도 거른 채 컴퓨터 앞에 팬클럽 사이트만 접속을 시도하며 토요일 하루를 보낸 뒤 결국 모임에 나가지 못했다. H컨설팅그룹의 김종균(32) 컨설턴트는 "같은 팀끼리도 메신저와 메일로 자료를 주고 받고,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업무를 전혀 할 수 없어 팀원 6명이 공황상태로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용산전자 상가선 물품거래 중단 소동

일반 가정에서도 이날 오후 인터넷이 마비되면서 각종 '소동'이 일어났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사는 주부 김모(36)씨는 오후내내 인터넷 연결이 안되자 자신의 집 컴퓨터가 고장난 줄 알고 수리업체 직원을 부르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루 종일 음악 사이트에서 최신가요를 듣는 것이 취미인 양모(15·인천 부평구 부개동)양도 인터넷이 몇 시간째 작동이 안되자 급한 마음에 컴퓨터를 다시 포맷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인터넷으로 실시간 거래 가격을 확인해 물건을 파는 용산전자 상가에서는 거래가 중단되는 소등이 벌어져 상인들과 주말을 맞아 이곳을 찾은 고객들이 울상을 지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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