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다가왔지만 뚱뚱한 사람들은 즐겁지 않다. 차례상에 빠지지 않는 명태전·굴전·배추전 등 각종 부침개에서 풍겨 나오는 고소한 식용유 냄새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힘들 것 같아서다. 예전에는 식용유라고 하면 콩이나 옥수수 기름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최근 유전자변형 농산물로 옥수수와 콩이 자주 거론되면서 좀 비싸더라도 올리브유나 홍화유·해바라기유·채종유(유채꽃씨로 만든 기름) 등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얼마 전부터는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올리브유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가정에서 사용하는 식물성 식용유에는 지방산 종류에 따라 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은 코코넛유와 팜유 다가(多價)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은 콩기름·옥수수유·홍화유·해바라기유 단일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은 올리브유 등이 있다.
포화지방이 많은 코코넛유와 팜유는 맛과 향이 좋고 고온에서 변질되지 않으므로 튀김 등 고온 조리에 적합하며, 기름의 산화(酸化)가 더뎌 조리한 음식을 오래 보관해야 할 때 좋다. 삼성서울병원 김진옥 임상영양실장은 "그러나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증가시켜 심장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가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옥수수유·콩기름은 콜레스테롤이 혈관벽에 달라붙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반면 산화가 빨리 되기 때문에 장기간 보관하는 음식에는 적합하지 않다. 또 고온 조리시 변질될 수 있어 튀김보다는 부침개 등 저온 조리를 할 때 사용하는 게 좋다. 특히 여러 번 사용하면 심장병과 암을 일으키는 '트랜스 지방산'으로 변질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홍화유·채종유는 고소하고 깔끔한 맛이 나 샐러드 드레싱이나 무침용으로 좋다.
최근 개발된 '다이어트 식용유'는 지방산의 구조가 2개(일반 식용유는 3개)인 디글리세라이드 식용유로,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반 식용유는 소화과정을 거친 후 장 점막에서 다시 지방으로 변하는데, 다이어트 식용유는 이 과정을 억제하므로 같은 양을 먹는다면 일반 식용유에 비해 살이 덜 찐다는 것이다.
단일 불포화지방산이 80% 가까이 들어 있는 올리브유는 심장병 예방효과가 가장 뛰어나고 결장암 등 각종 암을 예방한다. 기름에 포함된 폴리페놀 성분은 세포의 노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화 정도는 포화지방산과 다가 불포화지방산의 중간 정도이므로 모든 종류의 조리법에 사용할 수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 저지방식 요리법
지방을 적게 섭취할 수 있는 요리법으로 튀김이나 구이보다 조림이나 찜 요리법이 권장된다. 식용유를 사용할 때도 지방을 최소로 섭취하는 조리법을 써야 한다.
우선 센 불로 단시간에 볶아 기름의 흡수율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 육류나 채소는 미리 살짝 데쳐서 볶으면 기름 흡수를 줄일 수 있다. 또 재료는 가급적 잘게 썰고 딱딱한 것부터 먼저 볶는다. 볶는 도중에 기름이 없어 달라 붙을 때는 기름을 더 붇지 말고 물을 조금 더 넣어 볶는다. 볶기 전에 밑간을 조금 하면 기름을 두르지 않아도 부드럽게 익는다. 부침개 같은 요리를 할 때도 직접 기름을 두르지 말고 프라이팬을 뜨겁게 달군 다음 식물성 기름을 묻힌 종이로 한번 살짝 닦아내면 기름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튀김을 할 때는 가급적 튀김 옷은 얇게 입히고 튀김 시간은 짧은 게 좋다. 간혹 튀김 옷을 버리고 먹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 튀기는 동안 속에까지 기름이 스며들기 때문에 큰 효과는 없다. 그보다는 튀김 요리를 할 때는 조금 큼직하게 썰어 기름이 닿는 표면적을 줄이고 재료의 물기를 없애 튀김 옷을 얇게 입힌 다음 단시간에 두 번씩 튀겨 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권대익기자 <도움말= 세브란스병원 영양과 김형미 영양사>도움말=>
● 올리브유의 진실
올리브(감람)나무 열매에서 짜낸 올리브유는 심장병, 암 예방에 도움을 주는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리브유가 콩기름이나 옥수수기름 등보다 더 좋다고 하는 것은 무엇보다 기름을 추출하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콩이나 옥수수를 식용유로 제조할 때는 재료를 가열한 뒤 인치당 10∼20톤의 압력을 가한다. 이렇게 고온 가압해 짜낸 기름은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 시판된다.
이 과정에서 토코페롤, 셀레늄 등 천연 항산화제도 함께 제거되기 때문에 유통 중 산화를 막기 위해 BHA, BHT 등 합성 항산화제를 첨가하게 되는데, 이들 성분은 한 번 열을 가하면 쉽게 파괴돼 더 이상 산화방지 기능을 할 수 없다. 이렇게 산화된 식용유는 암, 백혈병, 심장병, 동맥경화, 고혈압, 류머티스 관절염, 아토피성 피부염 등을 유발하는 활성산소를 만든다. 반면 올리브유는 열을 가하지 않고 압착해 제조하고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영양분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콩기름이나 옥수수기름처럼 쉽게 산화되지도 않는다.
실제로 이탈리아인 5,0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올리브유를 많이 먹은 사람일수록 혈당치, 혈중 콜레스테롤, 수축기 혈압 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리브유가 노화로 인해 인지능력이 감퇴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알려진 대로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올리브유에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는 가설은 아침 공복에 올리브유 두 숟가락을 먹는 '올리브유 다이어트'를 하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사람들 중에 유독 비만인이 적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왔다. 하지만 이는 올리브유만 먹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다. 사실 올리브유 한 티스푼의 칼로리는 45㎉로, 오히려 다른 어떤 음식보다 칼로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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