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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 방준혁 넷마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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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 방준혁 넷마블 사장

입력
2003.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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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정숙' '업무집중'도서관에나 어울릴 법한 단어가 벽 한가운데 커다랗게 씌어 있는 곳이 게임포털사이트 업체인 넷마블(www.netmarble.net) 사무실이다. 130여명의 직원들이 칸막이 하나 없는 책상에서 조용히 일에 몰두하고 있다.

"처음 오시는 분마다 다들 놀래면서 물어요. 여기가 게임회사 맞느냐고." 넷마블 방준혁(房俊爀·35) 사장이 기자의 의아해 하는 표정을 보고 한 마디 한다. "보통 벤처 업체 사무실은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지만, 제 경험상 조직 안에서 개인의 능력은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을 때 더 잘 발휘되더군요."

방 사장의 벤처 경영 철학이다. 그만의 독특한 경영 철학은 몇 가지 더 있다. 그 중 하나가 학력 무시다. "저는 사원 면접을 볼 때 이력서가 아닌 자기소개서만 보고 들어갑니다. 회사 내에서도 서로의 학력에 대해 묻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돼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원칙을 어기고 싶지 않다며 자신의 학력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회사를 위해서라면 경영권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있다. 2001년 10월 넷마블이 1,000만명에 가까운 회원을 모으자 여기저기서 인수 제의가 들어왔다. 당시만 해도 유료화를 앞두고 성공을 확신하지 못하던 때였다. 그는 고생한 직원들이 잘못된 경영으로 손해를 보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자본력이 든든한 플래너스의 자회사가 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러한 방 사장의 독특한 경영 철학은 하루 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망해 본 뒤 터득한 결실이다.

방 사장은 두 벤처 기업에서 쓰디 쓴 패배를 겪었다. 사업 모델도 그럴 듯하고 구성원도 일류대 출신으로 채워진 유망한 벤처기업이 내부 균열로 무너지는 것도 보았다. 재도전은 2000년 10월, 인천의 허름한 30여평 공간에서 8명의 직원들과 함께 오픈한 게임 포털인 넷마블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출발 당시 수십개의 비슷한 사이트가 난립한 상태였고, 선발업체인 한게임, 엠게임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던 때였다. 그때 떠오른 기발한 아이디어가 '학교대항전'이었다.

"다른 회사들이 하는 게임 대회는 1등을 비롯한 최상위자들에게만 혜택이 오기 때문에 회원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아닌 학교끼리의 경쟁에 착안했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학교대항전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1등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웃 학교보다 높은 등수에 오르기 위해' 주변 친구들을 끌어들였다. 제주도의 한 중학교는 전교생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넷마블에 가입하기도 했다. 결국 2001년 한 해 900만명의 회원을 모았다.

이 결과 2001년 6억6,000만원의 매출과 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넷마블은 불과 1년 만인 지난해 270억원의 매출액과 15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5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릴 경우 플래너스 측으로부터 받기로 했던 경영성과급도 나오게 됐다. 방 사장은 32억원에 이르는 자신의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모두 나누어 줄 작정이다.

넷마블의 올해 목표는 매출은 지난해보다 200% 증가한 810억원, 영업이익은 122% 증가한 400억원이다. "너무 높은 게 아니냐"는 질문에 방 사장은 "아직 공개하지 않은 수익모델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글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사진 배우한기자

■ 방준혁 사장은 누구

1968년 서울 출생

1999년 온디지털 마케팅실장

1999년 아이링크커뮤니케이션 이사

2000년 (주)넷마블 창업

(주)넷마블 대표이사

■ 넷마블은 어떤 회사

게임포털사이트 업체인 넷마블은 지난해 회원수 1,600만명에 매출 270억원, 순이익 15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6억6,000만원에 7억원 적자였던 2001년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온라인게임 퍼블리싱을 비롯해 아바타, 게임 아이템 유료화의 결과다.

2000년 3월 인천에 있던 한 게임 개발업체가 망한 후 남은 8명의 직원이 방준혁 사장에게 회사 설립을 요청한 것이 넷마블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1억원의 자본금을 가지고 출발한 넷마블은 그 해 10월 사이트 오픈 후 2개월 동안 겨우 회원 2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방 사장의 아이디어로 학교끼리 게임 점수로 순위를 겨루는 '학교 대항전'이 시작되자, 회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2001년에는 900만명에 이르렀다.

2001년 11월 플래너스의 자회사로 인수된 이후 유료화에 성공했고, 지난 연말부터 '게임포털'에서 '엔터테인먼트포털'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이에 따라 플래너스 자회사인 싸이더스 및 예전미디어소속 연예인인 god와 jtL 등을 동원, 온라인 마케팅과 인터넷 방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모회사와의 긴밀한 협조로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해 명실상부한 엔터테인먼트 포털로 거듭날 계획이다.

또 중국 및 대만 등 해외 진출로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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