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최대 언어 포탈 사이트(www.yourdictionary.com)가 지난 한 해 동안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을 받았던 단어 10개를 선정했다. 의사인 필자로서는 그 가운데 '소아 기호증(pedophilia)' 이란 단어에 눈길이 갔다. '소아 애호증'이라고도 하는 이 말은 어린이를 뜻하는 접두사 'pedo'와 병적으로 사랑한다는 뜻의 'philia'의 합성어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아이를 병적으로 사랑한다'는 뜻이다. 아름다운 말로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13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지속적으로 성충동을 느끼는 성도착증을 가리키는 섬뜩한 말이다.이 단어가 지난해 세계적으로 인구에 회자된 이유는 미국 보스턴에서 벌어진 가톨릭 사제들의 어린이 성추행 사건 때문이다. 이 사건은 영국, 호주, 필리핀, 홍콩까지 확대됐고 급기야 추기경들이 바티칸으로 소환돼 교황 앞에서 무릎을 꿇고 참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 문방구 주인 아저씨가 초등학생 수십 명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벌어져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런 소아기호증 환자들의 대부분은 남성으로 8∼11세 소녀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다. 이들은 대인관계나 이성과의 성관계에서 긴장과 공포를 느끼기 때문에 이를 보상하려는 심리에서 손쉬운 어린이를 성추행하는 것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식이라고나 할까.
소아기호증 환자에게 피해를 본 어린이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잘 모르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대신 행동이 바뀌어 공공연히 자위행위를 하거나 성격이 공격적으로 되기도 하고 이유없이 주눅이 들기도 한다. 오줌을 싸거나 아기처럼 말하는 등 퇴행적인 행동을 한다. 또 잠을 잘 들지 못하고 힘들게 잠 들어도 악몽에 시달리는 수가 많고 또래 아이들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학교성적이 급격히 떨어지기도 한다.
내 아이에게 이런 변화가 나타나면 전문가에게 상담을 해보는 것이 좋다. 내 아이를 이런 소아기호증 환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성교육을 시켜 내 몸의 소중함을 깨닫게 주어야 한다.
/정찬호 정신과전문의·마음누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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