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램 결승치고는 너무 싱거웠다. 애거시는 절묘한 코너워크로 슈틀러를 좌우로 쉴새 없이 뛰게 만들었고, 고비마다 패싱샷과 직선 스트로크를 터뜨리며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애거시의 천하무적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음을 알린 한판이었다.앤드리 애거시(33·미국)가 26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라이너 슈틀러(26·독일)를 76분만에 3―0(6―2 6―2 6―1)으로 꺾고 통산 네번째 호주오픈 정상에 올랐다. 메이저 대회로는 8번째, 단식 통산 55번째 우승이다. 애거시는 상금 65만4,000달러와 함께 72년 켄 로스웰(당시 37세)이 호주오픈 패권을 차지한 이후 31년만에 메이저대회 최고령 챔피언이 됐다.
첫 세트를 6―2로 따낸 애거시는 2,3세트도 한수 위의 기량으로 상대를 요리했다. 상대의 서비스를 강력한 리턴 샷으로 받아쳐 경기를 마무리한 애거시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든 뒤 관중석에 앉아있는 아내 슈테피 그라프(34·독일)에게 윙크를 보냈다.
애거시는 "나는 좋은 경기를 해왔다. 이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슈틀러는 "최선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애거시는 최고의 선수임에 틀림없다"며 "그가 (아내와 함께 혼합복식조로 출전할) 프랑스오픈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