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갑상어는 인간보다 훨씬 오래 전, 그러니까 공룡시대부터 지구 생태계의 식구로 서식해 왔다. 수명은 인간보다 훨씬 길며 성장도 매우 느리다. 철갑상어는 15년생이 넘어야 암컷이 알을 배게 된다. 철갑상어는 오늘날 전 세계 대양에 서식하고, 알을 낳을 때는 연어처럼 강이나 호수 같은 담수를 찾는다. 바다로부터 2,000㎞ 떨어진 양쯔강 산샤 댐 근처에서도 2m가 넘는 철갑상어가 잡힌다. 러시아와 이란의 경계를 이루는 카스피 해는 내해지만 철갑상어가 많이 서식하기로 유명하다.■ 철갑상어 암컷은 한꺼번에 약 100만개의 알을 밴다. 좁쌀방울 크기의 이 새까만 알이 '캐비아'다. 우리나라에서도 호텔서 열리는 파티에서는 캐비아가 나온다. 동양인의 구미에는 명란젓보다 나을 게 없지만, 서구인은 상류사회 최고급 요리로 알아준다. 보드카를 한잔 들이키고 금 수저에 풀어놓은 캐비아를 안주로 삼키는 맛은 천하일품으로 알려져 있다. 철갑상어 알은 낱개로 돈을 계산할 정도로 비싸다. 125g들이 통조림 가격이 450달러라 한다.
■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1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카스피해의 철갑상어는 씨가 마를 위기에 있다고 한다. 감소하는 이유는 두 가지. 첫째 철갑상어가 살고 있는 카스피 해와 이들이 알을 낳는 볼가 등 3개 강이 오염되었고, 둘째 캐비아 암시장이 폭발하면서 불법 어획이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알 밴 것 한 마리를 잡으면 어민에게는 수십만달러의 수입이 생기기 때문에 불법 어로가 끊이지 않아, 카스피 해의 철갑상어 개체는 40만마리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대양을 흔히 무진장한 자원의 보고라고 부르지만 그런 시대는 지났다. 오염과 남획은 생태환경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다. 유조선 침몰이 거대한 해역을 죽음의 바다로 변하게 하고, 남획이 세계 중요어장을 고갈시키고 있다. 카스피 해는 일본 크기의 세계 최대 내해지만, 어민들에게는 고기를 쉽게 찾아 잡을 수 있는 가두리 어장과 같은 셈이다. 자연순환에 의한 자원활용만이 인간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줄 뿐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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