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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차별대우에 우는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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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차별대우에 우는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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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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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씨가 분통을 터뜨리는 일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1년간의 계약이 끝나자 회사는 특별한 이유없이 재계약을 해주지 않았다. 대신 하루 8시간 일하는 조건의 파트타임으로 똑같은 자리에 그대로 앉혔다. 영업시간이 끝난 뒤에도 한 두시간씩 초과근무를 하기는 다른 정규직들과 마찬가지. Y씨는 "경력이 짧은 다른 정규직 텔러들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시간외근무 수당은 아예 없고 여름휴가는 정규직의 절반인 사흘뿐이며 심지어 식대도 정규직보다 40%가 적다"고 토로했다.근무경력이 오래될수록 임금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 모 은행에서 27년째 운송업무를 담당하는 김모(57)씨가 지난해 받은 연봉은 시간외 수당 포함 1,950만원. 김씨는 "연봉 4,300만원짜리가 계약직으로 바뀌는 순간 절반짜리 인생이 돼버렸다"며 "계속 정규직으로 있었다면 연봉도 5,500만원으로 오르고 교통비 전세자금대출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었을 것을 생각하면 속이 쓰린다"고 말했다.

대우 형편없고 해고위협 시달리고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고도 대우는 형편없이 낮다"는 게 비정규직의 공통적 불만 사항. 즉 정규직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집약된다. 하지만 지속적인 고용을 보장받지 못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제몫 찾기가 여의치는 않다. 롯데월드 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평균 급여가 정규직의 60%수준밖에 안되지만 해마다 계약을 해야 일자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에 회사에 불만을 제기할 수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회사측에서 자유롭게 해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용역파견으로 아파트 청소일을 했던 이모씨는 특별한 이유 없이 해고돼 40여만원의 월급도 못 받게 돼 당장 살 길이 막막해졌다. "정당한 사유없이 해고당해 억울하다"는 이씨는 "일을 시작한 지 9개월밖에 되지 않아서 퇴직금도 한 푼 없다고 한다"며 하소연했다.

웹디자이너 조모씨는 지난달 파견 근무하던 A출판사에서 재계약한 지 2달 만에 해고를 통지받았다. 조씨는 "계약기간이 10개월이나 남았는데 내가 하던 일을 아웃소싱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계약직이어서 부당하다고 호소할 데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비정규직은 주 평균 1.5시간을 더 일하고도 임금은 정규직의 52.7%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일은 더하고 복지혜택은 소외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사회보험이나 시간외 수당 등 노동복지혜택에서도 심각하게 소외되고 있다. 보험모집인 학습지교사 골프장캐디 등 특수용역 근로자들은 판례와 법제도상 개인사업자로 돼 있어 근로자로서의 권리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재보험 고용보험과 같은 노동복지는 꿈도 꾸지 못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러 다니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재해를 입어도 산재처리를 받지 못한 동료들이 많다"고 전한 학습지 교사 김신애(29·재능교육)씨는 "회사가 담당 구역을 결정하는 등 사실상 직접적 고용관계와 다를 바 없는데 근로자가 아니라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비정규직 772만명의 61%가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업에 몰려 있고 이들 업종의 경우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이 70%를 넘는다. 하지만 금융보험업과 교육도 비정규직이 각각 48.8%, 45.2%에 이르는 등 비정규직은 모든 업종에서 노동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조진원 부소장은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3만 근로자 중 1만명이 사내파견 형태"라고 전하며 "기업들이 노동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상시적인 업무에까지 비정규직을 쓰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비정규직 고용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업무가 단기적이거나 정규직에 적합치 않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활용한 곳은 전체 832개 업체 중 34.7%에 불과했다. 반면 62.4%는 비정규직을 선호한 이유로 노동비용 절감과 노동 수요조절이 용이하다는 점을 들었다. 정규직과 다를 바 없는 비정규직이 대다수라는 지적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 차별 개선방안 어떻게

대통령직인수위와 정부가 비정규직 차별 개선 방안을 내놓았으나 오히려 노동계와 재계는 반발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 해법이 노·사의 주장에서 절충점을 찾아낸 게 아니라, 비정규근로자의 유형별로 노동계 혹은 경영계의 요구를 짜깁기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시한 비정규직 개선방안은 보험모집인과 같은 특수고용관계 종사자에게도 산재보험을 적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등 임시·일용직에게도 사회보험 적용 확대 근속연수가 3년을 초과한 기간제 근로자에 대해선 사용자의 일방적 해고를 금지하는 법리를 적용하고 파트타임 근로자의 경우 초과 근로 상한을 설정 파견근로는 적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고 상시고용업무에서 파견근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보험 확대만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노동계, 사용자, 정부가 합의한 사안일 뿐 나머지는 노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사안들이다.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일방 해고 제한과 단시간 근로자의 초과 근로 상한 설정은 재계가 반대하고, 파견근로 대상 업무 및 시간의 확대는 노동계가 반대하고 있다.

특히 노동계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원칙이 배제된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노동계와 정부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쟁점.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법에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 노동부는 동일 노동 가치에 대한 판단이 어려울 뿐 아니라 현재의 연공서열체제에서 현실적으로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공약에 기대를 걸었던 노동계는 최근 노 당선자가 "당장 입법화가 곤란하다"며 일보 후퇴하자 비정규직 개선책이 '보수적'이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문향란기자

● 비정규직 도대체 얼마나

비정규직 근로자의 숫자가 조사기관마다 제각각이라 혼선을 빚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는 전체 임금근로자 1,363만명의 56.6%인 772만명이다. 이는 정부가 파악하는 비정규 근로자 수의 2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지난해 노동부가 공식 발표한 비정규직수는 전체 임금 근로자의 27.3%를 차지하는 360만명이었다. 이때도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55.7%를, 한국노동연구원은 27.0%라는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비정규직의 규모가 제각각인 이유는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고 원하는 한 계속 근무가 가능한 임시직, 일용직을 비정규직에 포함시켜야 하느냐에 대한 해석이 다르기 때문. 노동계는 이 경우도 비정규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비정규직에 포함시키지 않는 대신 고용이 불안정하고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취약근로자로 파악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도 지난해 5월 정부안을 수용, 비정규 근로자의 범위를 한시근로자 또는 기간제 근로자 단시간 근로자 파견 용역 호출의 형태로 근무하는 특수고용직으로 합의했다.

한편 대통령직인수위는 계약기간이 없는 임시직, 일용직까지도 포함시켜 비정규직이 전체 임금근로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 비정규직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차별 대우에 대해서는 정부, 인수위, 그리고 노동계가 공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월 평균임금은 96만원으로 정규직(182만원)의 52.7% 수준이다. 또 정규직은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과 퇴직금 상여금 등의 혜택을 받는 경우가 90%를 넘지만 비정규직 중 사회보험이 적용되는 경우는 20%를 갓 넘기고, 퇴직금 상여금은 14%만이 받고 있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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