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모르고 사는 사람에게 지난 토요일은 그저 평범한 하루였다. 그러나 인터넷을 이용하여 사업, 쇼핑, 여행, 홈뱅킹, 공부와 연구, e메일 교환,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악몽의 하루였다. 인터넷이 완전 불통된 캄캄한 세상이었다. 소위 정보 고속도로의 통제소라 할 수 있는 DNS서버가 몰려드는 웜 바이러스에 마비된 것이다. 사태는 일요일까지 계속되었다.이날 인터넷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비단 한국만은 아니었다. 미국, 일본, 대만, 핀란드 등 인터넷이 보급된 대부분의 나라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피해는 한국이 가장 심했다.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정보통신 시대에서는 바이러스가 국경과 상관없이 인터넷 망을 마비시키게 마련이다.
인터넷 시대에서 바이러스 공격이 어느 나라에서 발생했느냐를 따지는 것은 무익한 논쟁이다. 파악도 어렵고, 알았다 한들 해결책이 나올 수 없는 것이 인터넷의 세계다. 문제는 인터넷 보안에 정부와 관계기관이 얼마나 준비와 노력을 해 왔느냐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사고는 사전에 대비를 하지 못하는 한국사회의 약점을 또 한번 노출했다. 1년 전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윈도 2000 운영체제의 바이러스 감염 취약성을 알리고 보안 시스템을 설치하도록 권유한 바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대형서버를 가진 기업체를 포함해, 어느 누구도 크게 걱정한 사람이 없었다.
우리나라는 입만 열면 초고속 정보통신망 보급이 세계 제일이라며 'IT 강국'을 자랑한다. 사실 인터넷 이용자도 많고 경제활동을 비롯한 국민생활에 인터넷의 영향을 안받는 분야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일반인과 기업 정부 모두가 인터넷 보안에 무심한 것은 화를 자초한 것이나 다름 없다. 늦었더라도 보안체계 보완을 서둘러 문명시대의 문맹화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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