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하류 생태계 파괴 문제로 2년이상 표류해온 경인운하 건설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인수위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평가한 결과 비용대비 경제효과가 경제성 타당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이유로 사업포기 의견을 냈다. 인수위는 다만 이미 진행중인 굴포천 방수로 공사는 적정 규모에 대한 판단을 거쳐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사업을 주관해온 건교부는 당초 경제적 실효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도 없이 사업을 추진, 정책의 신뢰성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이를 계기로 논란이 많은 북한산 관통 서울외곽순환도로 공사 등 다른 국책공사에도 환경단체등의 입김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이 사업에 지금까지 투자비는 (주)경인운하 컨소시엄에 지불한 1,513억원 등 모두 3,913억원이며 이 가운데 2,400억원이 국비로 투입됐다. 그동안 사업추진에 강한 집착을 보인 건교부는 경인운하 중단에 따른 손실비용이 1,670억원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인수위는 대부분 토지매입비로 들어가 실제로는 260억원 정도가 낭비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인운하 건설사업 백지화를 위한 수도권 시민공대위 박용신국장은 "건교부의 추산비용은 경인운하사업이 취소되더라도 홍수방지를 위해 시행해야 할 굴포천방수로 건설사업비용을 포함한 것이어서 다소 과장됐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이번 경인운하 백지화를 계기로 국책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업시행처와 타당성 검토 용역발주처를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시행부처가 사업계획과 타당성 검토 용역을 동시에 추진하는 관행이 사라지고 향후 국책사업의 투명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또 방만하게 예산을 운영해왔던 정부의 관행을 개선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의 이번 결정과정에서 KDI의 연구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사온 건교부를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교부 김창세 수자원국장은 "인수위의 결정과정에서 건교부와 논의한 적이 없다"고 시인하고 "하지만 인수위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김혁기자 hyukk@hk.co.kr
● 경인운하 사업이란
서울 강서구 개화동과 인천 서구 경서동을 잇는 18㎞ 구간을 폭 100m, 깊이 6m의 수로로 연결하는 총 1조8,429억원의 대규모 국책사업. 현대건설과 수자원공사, 코오롱건설 등이 (주)경인운하 컨소시엄을 구성해 민자로 2001년 굴포천 임시 방수로 공사에 착수, 현재 20m 폭의 방수로를 완공한 상태다. 경인운하 사업이 백지화될 경우 굴포천 방수로를 80m로 넓히는 사업만 남게 된다.
■환경단체들 "환영"
대통령직 인수위가 경인운하 사업 중단을 정부에 요청키로 하자 환경단체들은 "사업 타당성이 없는데도 이미 결정된 대형국책사업이란 이유로 환경파괴적인 사업을 강행해온 관행을 바로 잡는 획기적 결단"이라며 일제히 환영했다.
경인운하건설사업 백지화를 위한 수도권 공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노무현 정부가 친 환경정부로 가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며 "밀실에서 이뤄지던 대형국책사업의 선정과 진행절차가 새롭게 마련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경인운하가 환경파괴뿐 아니라 경제적 실효성조차 의심스러운데도 공사를 강행하려 한 정부 당국자에 대한 책임 문제도 제기됐다. 서왕진(徐旺眞) 환경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공사 강행을 위해 KDI에 압력을 행사해 경제성을 조작하는 일도 서슴지 않은 정부 책임자에 대한 명확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개발 강행과 환경보존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 대형 국책사업의 입안단계에서부터 환경성 등을 철저히 검토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장지영(張志英) 갯벌보존팀장은 "대형국책사업의 강행 관행에 제동을 건 결정인 만큼, '농지확보'라는 명분을 잃은 채 계속 추진되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도 마땅히 중단돼야한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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