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33)의 퇴출소식이 전해진 23일밤 프로야구 롯데의 홈페이지(www.lotte/giants.com)는 롯데의 장례식을 의미하는 검은 리본 물결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 롯데 경기를 보지 않겠다는 팬들의 울분과 실망감은 개인적 항의 수준을 넘어 롯데 제품 불매운동과 개막전 촛불 시위 등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팬들이 왜 롯데에 등을 돌리려는 것일까. 박정태의 퇴출 결정이 롯데 팬들이 갖고 있던 마지막 희망 하나를 꺾어 버렸기 때문이다. 구도(球都) 부산의 야구열정을 밑거름으로 한국 시리즈를 2번 제패한 롯데지만 구단의 전통과 명예를 대표하는 영구결번 선수가 없다. 롯데는 스타들의 무덤이다. 끝까지 롯데 유니폼을 입고 은퇴한 선수를 찾기 힘들다. 1988년 롯데는 간판스타 최동원과 김용철을 선수협의회 구성을 이유로 내쫓아버렸다. 97년 전준호와 박동희에 이어 2001년에는 마해영을 선수협사태의 책임을 물어 방출했다.
롯데는 이번에는 박정태를 포기했다. 프로야구 출범이후 다섯번이나 꼴찌를 헤맬 때에도 스탠드를 매웠던 팬들은 박정태의 경기를 통해 단순한 야구 이상의 의미를 찾았다. 부상을 뛰어넘은 불굴의 투혼과 성실한 자세, 그리고 특이한 스윙 폼으로 박정태는 팬들에게 '갈매기야구'의 자부심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30대 후반의 한 주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박정태를 가장 좋아하는 아들과 함께 올 시즌에도 사직야구장에서 그가 뛰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팬들은 누가 롯데를 위해 가장 가치있는 인물(MVP·Most Valuable People)인지를 구단측에 묻고 있다. 프로야구에서 가치는 단순히 타율로 환산되지 않는다. 2001년에는 2할3푼의 저조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박정태는 압도적인 지지로 올스타에 뽑히기도 했다.
지역연고 중심의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홈팬을 확보하고 있는 향토스타를 방출하는 구단이 올 시즌 어떤 흥행과 성적을 거두게 될까. 그 해답의 열쇠는 구단이 아니라 롯데 팬들이 쥐고 있는 듯하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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