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무스 글·그림, 김연수 옮김 달리 발행·9,000원 유아부터러시아 문호 톨스토이가 만년에 쓴 '세 가지 질문'은 어른을 위한 일종의 철학 동화다. 황제가 신하들에게 묻는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만족스런 답을 얻지 못한 황제는 산속의 은자를 찾아가 같은 질문을 하지만 답을 듣지 못한다. 대신 은자를 도와 밭을 갈다가 위험에 처한 사람의 비명을 듣고 달려가 구해준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황제를 죽이려던 자객이었다. 이 일을 통해 황제는 자연스레 세 가지 질문의 답을 얻는다.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임을.
미국 작가 존 무스의 '세 가지 질문'은 이런 톨스토이 원작을 어린이에 맞게 고쳐 쓰고 그림을 덧붙인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주인공 황제를 니콜라이라는 소년으로, 신하를 니콜라이의 동물 친구인 원숭이 개 왜가리로, 산속의 은자를 지혜로운 거북이로 바꿔 어린 독자들이 친근감을 느끼도록 배려했다. 원작의 황제처럼 니콜라이도 산속 거북이를 도와 밭을 갈다가 다친 판다를 구해주면서 오래 동안 풀리지 않던 질문의 답을 얻게 된다.
이제 막 글을 깨친 꼬마나 초등학교 저학년이 읽으면 좋을 만한 이 책은 어른이 봐도 훌륭하다. 수채화로 그린 그림은 부드럽고 투명하다. 이 책의 몇 줄 안 되는 글을 못 읽는 꼬마라도 넉넉하게 펼쳐진 그림이 들려주는 말없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판다를 구하려고 뛰어다니느라 지친 니콜라이를 바라보는 거북이를 그린 그림(사진)에서 따뜻하게 번지는 부드러운 빛은 위로처럼 정겹다.
이 책은 설교가 아니다. 어린이는 이 책을 보면서 스스로 묻고 답을 찾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한 뼘 자랄 것이다. 어린이는 어른의 스승이라고 했다. 세상을 때 묻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며 내면화하는 어린이야 말로 실은 진짜 철학자가 아닐까.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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