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 특보의 27일 방북이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이번 특사 회담은 그 동안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펼쳐온 총력 외교전의 절정이다. 시점으로는 이달말 예상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한 핵 문제 유엔 안보리 회부를 앞두고 열린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 미국과 주변국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대북 체제보장 및 에너지 지원방안 등 다양한 협상안이 제시된 상황에서 북한과 직접 포괄 협상에 나선다. 남한이 국제문제로 비화한 북한 핵 문제에 실질적인 중재자로 뛰어든 셈이다.
특사회담은 10일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을 기점으로 남측이 비선 라인을 통해 제안했고, 북측이 심사숙고 끝에 수용함으로써 성사됐다. 정부는 주변국의 설득에만 의존했다가는 핵 위기가 1994년처럼 악화할 수 있다고 판단, 마지막 카드로 간주됐던 대북 직접 협상 카드를 조기에 꺼냈다.
임 특보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핵 포기의 반대급부로 미국 등 주변국이 대북 체제보장과 에너지 지원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일괄타결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핵 위기의 시발점인 북한의 농축우라늄 핵 개발 시인 파문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 혹은 IAEA의 사찰을 수용하라고 촉구할 공산이 크다. 수행하는 임성준(任晟準)외교안보수석은 최근 순방을 통해 파악한 미국과 일본의 입장을 직접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미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 핵 문제 해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4월처럼 임 특보에게 '통 큰' 대응을 할 경우 벼랑 끝으로 치달아온 북한 핵 문제가 대화를 통한 해결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 북한은 이미 미국의 직접 사찰 허용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고, 특히 김 위원장은 러시아측이 최근 제안한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다자(多者) 안전보장에 관심을 표명했다. 북한이 특사회담을 수용한 것 자체가 핵 재동결 등 '선물'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날 종료된 9차 장관급 회담에서 드러난 북측의 태도를 감안하면 특사회담이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북한은 핵 문제에 관한 한 여전히 북미협상 구도를 고수하면서 민족공조의 논리로 남한을 압박하고 있다. 더욱이 핵 문제는 북한의 자세 변화 이상으로 미국의 협상 의지가 관건인 만큼, 남한의 지렛대 역할이 자칫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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