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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개막/"한국만화 독창적 미학 놀랍다" 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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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개막/"한국만화 독창적 미학 놀랍다" 찬사

입력
2003.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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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이 개막된 23일부터 프랑스 남서부 소도시 앙굴렘시는 온통 아시아의 새 만화 강국으로 떠오른 한국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올해 30주년을 맞는 세계 최대의 만화 축제인 앙굴렘 페스티벌의 메인 이벤트의 하나로 열린 한국만화특별전이 던진 충격 때문이다. 유럽 각국에서 이 축제를 보려고 찾아 온 만화 팬들은 예술성을 추구하는 프랑스어권의 '방드 데지네'(BD·Bande Dessinee)와 다르고, 4, 5년 전부터 집중 소개된 일본의 '망가'와도 다른 한국 만화의 독특한 모습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 만화 최초로 국제 전시회에서 이뤄진 이 특별전은 '한국 만화의 역동성'을 주제로 우리 만화의 역사를 보여주는 '한국 만화 역사전'과 최근 경향을 보여주는 '오늘의 만화-19인의 작가전'으로 이루어졌다. 2000년에 특별전을 가진 일본이 4명의 작가를 소개하는데 그친 데 비해 한국 특별전은 만화가 한국 역사 속에서 어떻게 민중들과 호흡해 왔는지를 드러내 호응이 컸다.

관람객들은 특히 성적 상상력을 한껏 끌어 올린 양영순의 '누들누드'와 대상에 대해 진지하게 철학적으로 접근한 박흥용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등을 통해 한국 만화의 독자성에 눈길을 빼앗겼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이날자 앙굴렘 페스티벌 특집기사에서 '한국의 창'이란 제목으로 우리 만화를 소개하면서 "일본 만화의 변방이 아니라 독자적이고 미적인 창작력과 표현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여성 만화가가 절반이나 되고 프랑스의 5배에 달하는 연간 9,000종의 만화를 생산한다고 놀라워 했다. 프랑스에서는 연간 2,000여종의 만화가 출간되며 대부분이 창작품이다.

만화 전문 출판사인 피카 에디시옹의 에디터이며 일본 만화 번역가인 뱅상 주줄코프스키씨는 "한국 만화는 스타일이 다양하고 유머가 넘친다"며 양경일의 '신암행어사'등 2편을 번역해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럽에 소개된 우리 만화는 일본만화 시리즈의 하나로 출판된 이현세의 '앤젤딕'과 '아마게돈'이 전부이다. 이강주의 '캥거루를 위하여'를 보고 있던 만화팬 안느 끌레르(24)씨는 "아주 섬세하다"며 "폭력적인 일본 만화에 비해 친근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앙굴렘시 중심가인 생 마르샬 광장에 마련된 한국만화 전시관에는 행사기간 내내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만화를 볼 수 있도록 한 모바일 만화전은 출판 만화에만 익숙한 유럽 만화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으며 중고생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는 한국 만화를 세계에 선보이는 자리일 뿐 아직 국제화의 성공을 장담하기에는 이르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일본 만화가 1970년대 '그랜다이저', 90년대 중반 '아키라' 등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며 세계적 자리를 굳힌 데 비하면 우리 만화는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앙굴렘=글·사진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 앙굴렘 만화축제는

'앙굴렘은 세계의 만화 수도다'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은 앙굴렘 시민들의 이런 자부심을 실감케 해 준다. 축제는 23일 마렝고 광장을 '땡땡'(Tin Tin)의 작가 에르제(본명 조류쥬 레이)의 이름을 따 에르제 광장으로 명명하는 행사로 시작했다.

국내에도 '땡땡의 모험'등으로 알려져 있는 땡땡은 1950, 60년대에 프랑스에서 국민 만화작가로 자리잡은 에르제의 만화 주인공. 벨기에 국적이지만 그 인기 때문에 프랑스의 대표만화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날 행사는 벨기에의 마틸드 공주가 참석했을 정도로 양국 모두 높은 관심을 보였다.

1974년 이탈리아 루까 페스티벌을 본 따 시작된 앙굴렘 만화축제는 1980년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사회당 정부의 대중문화 지원에 힘입어 칸영화제를 비롯한 프랑스 5대 국제문화행사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26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페스티벌에는 6,000명 이상의 작가와 20만여명의 관람객들이 방문할 것이란 추산이다. 앙굴렘에는 프랑스의 유일한 만화학교도 자리잡고 있다.

그런 만큼 시내 곳곳에 만화 전시관을 설치한 이번 페스티벌은 국제 만화계의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번 페스티벌에서 만화의 국제화가 뚜렷한 경향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북미의 경우, 유럽 만화 팬들의 관심이 과거에는 미국에 국한됐으나 이번에는 캐나다 퀘벡 만화로 확산됐고, 아시아권에서는 일본 일변도에서 벗어나 한국, 베트남 등으로 넓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허무맹랑하고 황당한 내용에서 벗어나 동성애, 에이즈 등의 경험을 다룬 자전적 만화, 이스라엘의 억압에 시달리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을 담은 '팔레스타인' 과 같은 다큐멘터리 작품이 부각되는 추세도 이어지고 있다.

20년 가까이 앙굴렘 축제를 참관해온 성완경 한국만화특별전 큐레이터(인하대 교수)는 "나이가 많이 들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도시일수록 만화를 많이 보는 것이 프랑스"라면서 "미국 샌디에고 페스티벌이 상업적인데 비해 앙굴렘 페스티벌은 전시회와 문화행사 등 다채로운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앙굴렘=글·사진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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