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들 둘이서 크리스마스를 맞게 됐다. 이혼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우울한 엄마에게, 인정머리 없이 영악하기만 한 아들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 참이냐고 닦달한다. 세상을 구원할 아기 예수가 태어나 모두가 기쁨으로 들뜬 날이 모자(母子)에게는 끔찍하다. 1996년 페미나상을 수상한 주느비에브 브리작(사진)의 장편 '엄마의 크리스마스'(열림원 발행)는 이렇게 시작된다.하기야 누군들 끔찍한 공휴일을 보낸 기억이 없을까.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재미있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다. 마음 맞는 친구들을 모으기도 쉽지 않고, 어찌 어찌 모아도 갈 곳이 마땅찮다. 하물며 이혼한 엄마와 야박한 아들이라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엄마는 안절부절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왕자님을 기쁘게 할 수 있을까.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들은 "엄만 다른 사람들을 엄청 생각해주는 척하지만, 속으론 자기 생각만 하지! 그러니까 엄마는 언제나 혼자인 거야. 죽은 쥐새끼들처럼 이렇게 둘이서만 처박혀 있는 거 봐"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퍼붓는다.
크리스마스가 왔다. 장난감 가게에 들러 보고 놀이공원에도 가본다. 백화점을 지나 성당에 간다. 즐거운 척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간다.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는다. 엄마의 가슴에 자잘하게 남은 흉터에 대한 묘사는 섬세하다. 설상가상으로 친구의 별장에서 전 남편을 만났다. 아이와 놀아주는 아빠를 보면서 엄마가 느끼는 막막함은 쓸쓸한 공감을 준다. 크리스마스가 위태롭게나마 지나가는 줄 알았더니, 잔인하게도 상처 받은 한 사람을 쓰러뜨린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떡해야 할 지 모르겠다. 가끔씩 앞이 전혀 안 보일 때가 있다. 이제 더 이상 길을 그린 그림도, 길도 없다. 아무 것도 없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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