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글·윤정주 그림 비룡소 발행·8,000원깊은 밤이다. 하늘에 초롱초롱한 별 덕분에 초록빛 나무들로 가득한 숲은 그래도 생기를 잃지 않은 모습이다. "킥킥킥" 갑자기 소리가 났다. "누가 웃었니?" 밤의 파수꾼 부엉이가 물었다. 대답이 없자 망원경까지 들고 나섰다. "누가 웃었냐니깐" "히히히" 또 웃음이 답이다.
이번에는 화장실에서 일을 보던 늑대가 나섰다. "누가 웃었냐?" 역시 대답은 웃음이다. "호호호" "깔깔깔" "껄껄껄" 웃음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곰이며 사슴이며 멧돼지에 개구리까지 친구들이 모두 나서서 숲을 한바퀴 돌았다. 그리고 마침내 호수에서 범인을 찾았다. 환하게 웃고 있는 보름달이었다.
그림책이 독자들을 흡인하는 제일 조건은 줄거리와 그림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보는 재미'이다. 학습 효과나 교훈성은 그 다음이라고 할 수 있다. '누가 웃었니?'는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고조시키며, 마지막에 유쾌하게 매듭짓는다는 구성의 면에서 단순하지만 매우 완결성이 높다. 세세한 펜 터치로 동물들의 입체감을 한껏 살린 윤정주씨의 그림도 발랄하고 정성이 깃들여 있다.
그림책을 구성하고 글을 쓴 사람은 '대설주의보'의 시인 최승호씨이다. 그는 이 책에서 상황과 대상에 따라 어미를 바꾸긴 했지만 줄곧 "누가 웃었나"는 말 한 마디만 썼다. 한 가지 말을 여러가지로 바꾸어 써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어린이들의 '말놀이를 감당할 만도 하다.
부엉이 하나로 시작해 장을 거듭하면서 등장인물이 하나 둘 불어나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동물의 크기는 작아지고 숲의 정경이 눈에 들어오면서 먼저 나왔던 갖가지 동물을 새로 찾아 보는 등 어린이들과 같이 보며 이야기를 꾸미기에도 좋은 그림책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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