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정부가 추진할 노동정책은 노(勞)-사(使), 노(勞)-노(勞)의 자율적인 대등관계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정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4일 새로운 노사협력체제 구축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제시한 노사 정책의 골자는 노사관계 제도의 선진화 및 신노사문화의 구축이다. 기본골격은 공무원노조 허용 필수공익사업 범위 조정 등 직권중재제도 개선 공공부문 노동쟁의 조정 전담기구 설치 노사간의 법 집행의 형평성을 확보한다는 것으로 국제노동기구(ILO)가 한국의 노동기준에 대해 개선을 요구해온 내용을 대폭 수용, 노동권에 대한 제약을 완화했다.
공무원 노조명칭허용과 비폭력 파업자 불구속
우선 공무원노조 명칭 허용은 공무원에게도 노동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현재 입법추진중인 공무원조합법이 공무원노조법으로 수정되더라도, 단체교섭권 중 협약체결권과 단체행동권은 금지되는 등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게 된 공무원이 정부의 정책 결정 및 집행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을 갖게돼 정부와 공무원간에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공공부문에서의 노동 쟁의도 상당부분 합법화할 전망이다. 생명, 안전, 건강등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 아닌 철도, 버스 등 운송업, 수도, 전기, 가스공급사업까지도 포함하고 있는 필수공익사업범위가 조정돼 이들 사업장에서의 불법 파업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노동위원회에 설치할 공공부문특별조정위원회(가칭)는 공공부문 노동쟁의를 조정하는 역할을 전담, 공공부문에서도 노사가 대등한 관계를 갖게 될 전망이다.
불법파업이더라도 폭력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에는 파업참가자에 대해 불구속을 추진하는 것은 노사 대립시 사용자측보다 노동자측에 법 집행이 엄격했다는 노동계의 오랜 요구를 반영했다. 하지만 형사상 처벌 대신 민사상 경제적 배상을 감수하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한편 비정규직과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 개선도 추진함으로써 소외 근로자와 일반 근로자의 대등 관계도 추구하고 있다.
공무원노조와 검찰 등 각계 반응
공무원 노조 명칭 허용에 대해 전국공무원 노조 김정수(金正洙) 대변인은 "공약사항을 이행한다는 점에서 당연한 절차지만 공무원이라는 특수한 지위를 지나치게 강조해 단체행동권에 제한을 둔 점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그는 또 "구속자는 물론 현재 진행중인 노조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손낙구(孫洛龜) 대변인도 "노 당선자측이 상당수 공약에 대해서 침묵하거나 내용이 흔들리고 있는데 공무원노조 허용이라는 공약을 원칙대로 발표한 것에 환영한다"며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 다른 공약사항도 이행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법파업 불구속 수사원칙에 대해 검찰은 강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검찰은 "노동계 파업에 대한 처리 원칙은 '합법 보장, 불법 처벌'이며, 검찰은 법에 정해진대로 처리할 뿐"이라고 확인했다. 자칫 불법파업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검찰은 "기물파손이나 폭행을 하지 않은 불법행위는 구속하지 않는다고 원칙을 정하면, 불법을 인정하는 역효과를 초래하고, 향후 노동계 파업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검 관계자는 "노동계의 주장을 상당 수용한 내용이지만 다른 의견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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