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가총액 2위 대기업인 SK텔레콤이 주가 폭락과 주주들의 항의로 당초 발표한 투자계획을 하루 만에 전면 재검토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SKT는 24일 투자계획 재검토와 자사주 3% 매입 방안을 서둘러 내놓았지만 의사결정 번복과 신뢰추락에 따른 시장 충격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회사측의 대책발표에도 불구하고 SKT주가는 전날 하한가(15%)에 이어 이날 4.04%나 추가 폭락했다한 밤 중의 '공시' 2002년 실적 부진과 올 경영계획에 실망한 외국인과 국내 기관 투자가들이 주식을 대거 내다팔아 주가가 하한가로 추락한 23일 SK텔레콤은 투자자들의 거센 항의에도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특별한 대책은 없다"고 버텼다.
22일 오후 나온 SKT의 4분기 실적은 경상이익이 3분기보다 62.5%나 감소한 내용이었다. 또 올해 당초예상(1조5,000억원)보다 훨씬 많은 2조4,900억원의 설비투자 계획은 잉여현금흐름 악화와 배당감소등 주주혜택 축소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이날 밤 개장한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SK텔레콤 주식예탁증서(DR) 가격이 장 중 12%나 폭락하자 SKT 경영진에 비상이 걸렸다. 긴급 대책회의가 소집됐고 24일 새벽 "올 투자계획을 재검토하고 자사주 3%(254만주)를 매입하겠다"는 전격적인 공시가 나왔다.
국내 증시 역사상 가장 이른 시간 공시기록이다. 해외 DR가격이 17달러 이하로 떨어질 경우,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국내 주식을 팔고 가격이 낮은 DR을 사는 차익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아 다음날(24일) 국내 증시에 또다시 주가 폭락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SKT의 야밤공시는 경영진이 뒤늦게 투자자들의 반발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책 악재 발목 심야 공시로 24일 증시에서 SKT는 장초반 전일 하한가에서 벗어나 일시 반등했으나 하루 만에 투자계획을 번복한 데 따른 신뢰성 의문이 제기된 데다, 당정협의회에서 이동전화 번호이동정책을 원안대로 통과되면서 약효가 떨어졌다. UBS워버그는 이날 '세계 50대 추천종목(Global 50 Highlighted Stocks)' 리스트에서 SK텔레콤을 제외하는 등 국내외 증권사들의 투자등급 강등도 잇따랐다.
이번 SK텔레콤의 실적 및 투자계획 발표와 주가폭락 소동은 잇따른 정부의 규제압력에 대한 항의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 서용원 연구원은 "공격적인 올해 설비투자계획은 요금인하압력과 영업정지, 번호이동 등 정부의 각종 규제 리스크에 대한 반작용"이라며"회사가 연간 투자계획을 이렇게 손쉽게 바꾸는 것은 오히려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지적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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