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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김남일 터프가이로 계속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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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김남일 터프가이로 계속가야

입력
2003.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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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6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태권도 축구'라는 조롱 섞인 제목과 함께 내가 축구신동 마라도나를 걷어차는 사진을 표지에 실었다. 또 한국과 아르헨티나의 86멕시코월드컵 예선 첫 경기에서 마라도나를 전담마크한 내가 격투기 선수처럼 과격한 플레이를 펼쳤다고 꼬집었다. 나는 조금 억울했다.타임의 사진은 작심하고 마라도나를 걷어찬 모습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는 공을 정확하게 걷어냈고 후속 동작으로 발이 자연스레 그의 허벅지에 닿았을 뿐이다. 심판이 휘슬을 불지도 않았다. 그런데 발 끝을 떠난 공은 빼버리고 얼굴을 찡그린 마라도나의 헐리우드 액션을 부각시켜 편집하다 보니 태권도 발차기 동작이 돼버렸다.

타임 사진은 다소 왜곡됐지만 축구에선 '정당한' 파울도 기술이다. 상대 공격의 맥을 적절히 차단하는 파울은 고도의 테크닉을 요한다.

한일월드컵을 지켜본 많은 팬들은 상대의 유니폼 또는 팔을 붙잡고 늘어지거나 심지어 심판의 눈을 피해 발로 차는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그만큼 현대 축구는 기술 못지않게 상대의 기를 꺾는 거친 플레이가 필요하다. 김남일(26·전남)은 이 방면에선 월드컵 태극전사 중 최고다. 진공청소기라는 별명도 상대 공격수를 거칠게 몰아붙이며 짜증나게 만들어 공격의 맥을 끊어놓는다는 뜻으로 붙여졌다. 미소를 곁들인 그의 교묘한 파울은 터프가이라는 이미지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페예노르트와 이적 협상중인 김남일은 이런 점에서 네덜란드에 이미 진출한 송종국 박지성 이영표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 무쇠체력인 송종국도 "깊은 태클과 악착 같은 몸싸움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할 만큼 유럽, 특히 네덜란드 축구는 격렬하다.

정당치 못한 반칙도 적당히 구사하는 유럽에 비해 우리 선수들은 너무 정직하다. 몸을 사리는가 하면 어쩌다 반칙을 해도 심판의 눈에 '고의적'으로 비칠 만큼 순진하다.

22일 입단 테스트를 겸해 페예노르트 자매 구단인 엑셀시오르 유니폼을 입고 헬몬트 스포르트와의 평가전에 나선 김남일은 "수비수로 상대의 볼을 뺏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물론 김남일은 스피드가 다소 떨어지는 흠도 있다. 그러나 두뇌플레이 등으로 극복하리라 믿는다. 김남일이 네덜란드에서도 터프가이의 명성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전 축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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