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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명가 "성북동" "맛 둘째가라면 서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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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명가 "성북동" "맛 둘째가라면 서럽죠"

입력
2003.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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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동 인근에는 비슷비슷한 맛을 내는 칼국수집들이 몰려 있다. 진한 고깃 국물에 밑반찬으로는 신김치 하나, 그리고 수육과 삶은 문어, 생선전과의 야릇한 조화. 이 지역의 칼국수집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메뉴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성북동 칼국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곳의 한 집을 즐겨찾아 'YS칼국수'라고 불린 적도 있다. 하지만 오랜 명성을 가진 대표적 칼국수집으로는 아무래도 '명동칼국수'가 떠오른다. 1968년 명동에서 조그만 점포로 시작해 전국으로 이름을 날린 명동칼국수는 맛있는 칼국수의 대명사로 일반에 각인된지 오래다.하지만 성북동 칼국수의 맛과 계보도 결코 명동칼국수 못지않다. 외형적인 차이라면 명동칼국수가 직영 점포 2곳만을 운영하고 있는 반면 성북동 인근에서는 각각 다른 식당들인데도 비슷한 메뉴와 맛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의 맛은 한 식당에서 시작됐지만 주방에서 일하던 이들이 독립하거나 혹은 다른 이에게 비법을 물려주면서 비슷한 가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계보를 가진 칼국수집만 성북동과 인근 명륜동, 혜화동 등지에 모두 5곳이나 된다.

서울식 칼국수를 표방하는 성북동 칼국수는 모두 밀가루를 손으로 반죽한 뒤 홍두깨로 밀어 국수를 뽑아내는 손국수를 고집한다. 콩가루를 섞는 경상도식 국수가 꼬들꼬들한 느낌을 주는 것에 비해 면이 부드럽다. 또 양지머리나 사골을 24시간 이상 끓여 우러나온 육수를 국물로 사용해 '진국' 그대로다. 파와 고추 마늘을 적당히 섞은 양념은 신 김치와 어울려 진한 국물맛에 얼큰함을 더해준다. 이곳에서 파는 수육은 푹 삶아 지방이 많이 제거돼 있는데 삶을 때 우러난 물이 칼국수의 육수로 쓰인다.

또 도심에 위치한 명동칼국수 집과 달리 이 곳의 칼국수집들은 모두 외진 곳에 있다.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거나 주변에 오피스가 밀집한 지역도 아닌데 아는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손님들이 밀려드는 것도 독특하다. 또 저녁 술손님은 사양, 대부분 밤 9시 이전에 문을 닫는다. 명륜손칼국수 주인 박종진씨는 "가게마다 뿌리는 같지만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맛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시집 69년 이옥만씨가 성북동 한옥집 한칸을 빌려 개업, 지금의 칼국수 영업을 시작했다. 이 지역 칼국수 맛의 '원조집'으로 정치인들이 자주 드나들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재임시절에도 한달에 한번씩 이곳을 찾았다. 가게가 커가면서 옆집도 사들여 지금은 본관 외에 3층 짜리 별관까지 갖출 정도로 성장했다. 지금은 이씨의 딸 이선정씨가 운영한다. 문어 2만5,000원, 수육과 전은 2만원, 국수 5,000원. (02)762―1924

밀양손칼국수 원조집 주방에서 20년 일해온 박일남씨가 1997년 돈암동 태극당 뒤에 조그만 공간을 빌려 독립, 개업했다. 테이블 7개에 방 하나로 아담한 규모에 식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위치가 외지고 간판도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알만한 유명인사들이 즐겨 찾는다. 수육 문어 생선전은 1만5,000원, 칼국수 4,000원으로 가장 싸다. (02)924―7107

손칼국수 주인 강헌복씨의 아내 김복지씨가 국시집 주방에서 7년여 일하다 독립, 25년째 맛을 이어오고 있다. 돈가스로 유명한 혜화동 기사식당가에 처음 터를 잡았다가 지금의 성북초등학교 앞 자리로 이전했다. 수육과 문어는 1만8,000원, 생선전 1만5,000원, 칼국수 5,000원. (02)743―5640

혜화칼국수 원조집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던 아주머니가 세를 살던 집주인에게 비법을 가르쳐줘 25년전 혜화동 로터리에 문을 연 칼국수집이다. 지금은 전주인의 조카 박명순씨가 맡아 13년째 맛을 이어오고 있다. 양지와 사골을 24시간 푹 고은 국물을 사용하며 면발이 좀 더 부드러운 것이 차이점. 이 지역 칼국수집 중 유일하게 밤 12시까지 문을 연다. 수육과 문어 생선튀김(1만8,000원) 외에 양념된 소고기를 석쇠에 바짝 구은 바싹불고기(1만8,000원)와 빈대떡(8,000원)도 있다. (02)743―8212

명륜손칼국수 손칼국수집 주방에서 3년여 동안 일한 정을연씨 부부가 11년전 개업했다. 이집 안주인 정씨는 손칼국수집 안주인과는 친인척 사이. 이 지역 칼국수 본가인 국시집에서 일한 적이 없는데도 원래의 맛을 그대로 잘 보존하고 있다. 수육과 문어 1만7,000원, 생선전 1만4,000원. 칼국수 4,500원. (02)742―8662

/박원식기자 parky@hk.co.kr

■명동 칼국수는 명동교자가 "원조" "맛은 양보 못하죠"

명동에서 명동칼국수 맛을 보려면 명동칼국수 간판을 찾아서는 안된다. 간판이 '명동교자(구 명동칼국수)'로 쓰여져 있기 때문이다.

68년 첫 가게를 연 주인 박연하(70)씨가 처음 상표등록없이 영업하다 손님이 밀려들며 유명해지자 뒤늦게 특허청을 찾았으나 이미 '명동칼국수'란 이름이 등록돼 있어 '명동교자'로 대신했다. 현재 명동 유투존백화점 뒤편의 본점과 1호점 두 집만 직영하며 명동칼국수란 이름을 내건 다른 집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명동 칼국수의 특징은 부드러운 면발에 걸죽한 닭고기 육수, 그위에 얹힌 양파 등의 고명과 겉절이식 김치.

또 양을 넉넉하게 주는데 먹다 보면 직원이 다가와 공기밥과 김치를 추가로 건넨다. 지배인 신철호 이사는 "특유의 맛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식자재 관리와 조리 과정에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다"며 "명동교자의 명성은 맛뿐 아니라 넉넉한 인심, 정성어린 서비스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직원 100명이 하루 1,000명 이상의 손님을 맞고 있다. 칼국수와 만두, 비빔국수 등이 각각 5,000원. (02)776―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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