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23일 현정부 의혹사건에 대해 특검제 수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검찰에 엄정 수사를 촉구한 것이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 노 당선자가 "특검을 받을 각오로 적극적으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검찰 수사가 의혹 해소에 미흡할 경우,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특검제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노 당선자는 이미 여러 차례 4,000억원 대북비밀지원설 등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강조했지만 이날 처음으로 특검제를 언급함으로써 검찰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여야가 합의할 경우,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제 실시를 수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이미 정한 바 있는 노 당선자로서는 검찰 수사에 의하든, 특검에 의하든 현 정부 의혹 사건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털고 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노 당선자가 검찰의 국민 신뢰 회복을 강조하면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것은 김각영(金珏泳) 검찰총장의 거취 문제와도 관련돼 있다. 우선 노 당선자가 검찰의 신뢰 문제를 언급한 것은 검찰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노 당선자가 "김 총장의 임기를 법대로 존중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히면서도 그때마다 단서를 달고 있는 것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노 당선자는 처음에 '정치적으로 문제가 없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고 18일 TV토론에서는 임기 보장과 검찰총장의 소신에 따른 수사 촉구를 연결시키는 발언을 했다.
이 같은 기조는 23일 특검제 언급으로 이어졌고, 전날 한나라당을 방문해서는 "정치권이 합의할 경우, 김 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혀 김 총장의 거취 문제를 직접적으로 건드렸다. 이로 인해 임기가 1년7개월이나 남은 검찰총장에 대해 청문회 실시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은, 임명을 전제로 한 청문회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노 당선자 주변에서는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를 하려면 뒷끝을 남기지 말고 확실하게 하라는 노 당선자의 주문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검찰 수사가 끝나고도 신뢰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그 이후의 상황은 예단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노 당선자를 면담한 민주당의 한 법조 출신 의원이 "노 당선자는 임기보장 원칙을 강조하고 있으나 자신이 임명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까지는 곤란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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